[자유성] 뜻하지 않은 홍보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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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9   |  발행일 2017-09-09 제23면   |  수정 2017-09-09

벨기에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오줌누는 소년상이다. 브뤼셀의 가장 나이 많은 시민이라 불리는 이 동상은 1619년 조각가 제롬 뒤케누아에 의해 제작됐다. 60㎝ 크기의 작은 작품이지만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이 동상과 관련한 여러가지 전설이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가 프랑스 루이 15세가 브뤼셀을 침략했을 때 이 동상을 탐내 프랑스로 가져갔다가 이후에 사과의 의미로 화려한 후작 옷을 입혀 돌려보냈다는 일화다. 세계 각국에서 옷을 보내 입혀 놓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해 우리나라도 1995년 색동저고리를 이 동상에 입혔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영양 고추 H.O.T 페스티벌에서 옷을 벗은 채 소변을 보는 어린아이 모양의 음수대가 설치돼 논란이 됐다. 배꼽을 누르면 벗은 아이의 ‘고추’에서 오미자 음료가 나오도록 만들어졌다. 고추축제의 콘셉트에 맞춰 재미있는 볼거리로 들여놓았지만 낯뜨겁다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커지자 주최 측은 하루 만에 철거했다.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서울광장에 바지를 내리고 고추를 드러낸 형상의 음수대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었다. 세계적인 명물이 된 브뤼셀의 오줌누는 소년상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사뭇 대조적인 느낌이다.

고추축제의 주최자인 영양군은 이 음수대로 곤욕을 치렀지만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문경 같은 오미자 주산지는 뜻하지 않게 오미자가 홍보되는 덕을 봤다.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어린아이 모양의 음수대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제공하려던 것이 오미자 음료였다는 것을 부연설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하지 않게 노이즈마케팅이 된 셈이다. 오미자의 고장 문경에서는 오는 15일부터 3일간 오미자축제가 열린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오미자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둘레길도 만들었고 오미자 가격도 축제기간에는 20% 싸게 판매한다. 오미자의 효능과 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경남과 강원도에서도 오미자축제와 관련된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생산량이나 품질, 가공기술 등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오미자의 본고장 문경을 따라오기는 아직 요원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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