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지도자의 말 한마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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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1   |  발행일 2017-09-21 제30면   |  수정 2017-09-21
하루는 “인도적 지원·대화”
다음날에는 “강력한 응징”
문재인 대통령 대북 발언
군인들과 국민은 헷갈려
[차명진의 정치풍경] 지도자의 말 한마디전



1989년 11월 어느 날 저녁, 동독의 집권당 대변인 샤보프스키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앞으로 서독인과 가족관계가 아닌 사람도 국경을 왕래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기자석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언제부터요?”라고 질문했습니다. 휴가에서 막 돌아온 터라 자세한 내용을 몰랐던 대변인은 별 생각없이 “지금 당장”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탈리아 통신사의 리카르도 에르만이 본국에 긴급히 타전했습니다. “베를린 장벽 드디어 무너지다.” 돌고 돌아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동베를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성난 군중에 밀린 국경 경비병들은 바리케이드를 철거했고 군중은 내친김에 베를린 장벽을 부숴버렸습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역사를 바꾼 사례입니다.

문재인정부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슬아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면서 미국 사회주의자 헨리 조지(1839~1897)를 인용했습니다. 그는 토지공유제를 주장하고 그 수단으로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가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이라며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도 핵을 포기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과 중국 당국의 입장도 똑같습니다. 추 대표가 사회주의자가 아니고 문정인씨가 주사파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공무원과 국민들이 그렇게 넘겨짚거나 의심할 위험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하루는 인도적 지원과 대화를 얘기했다가 다음 날은 대화가 안 되는 상대라며 강력한 응징을 얘기합니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군인들과 국민이 헷갈립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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