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홍준표 대표, 왜 개헌 일정에 찬물을 끼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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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3   |  발행일 2017-10-13 제23면   |  수정 2017-10-13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기로 한 개헌일정에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 홍 대표는 지난 11일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다.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찬성했던 공약이다. 홍 대표가 딴소리를 하는 저간의 사정과 저의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개헌이 국가 대사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홍 대표의 지적은 백번 옳다. 그러나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개헌 추진 로드맵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홍 대표의 딴죽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소리나 다름없다. 개헌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홍 대표의 주장은 철회돼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개헌 연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그의 지적대로 개헌과 지방선거를 섞어 놓으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가 각종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을 원하고 있는 민심과 여론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결정적인 이유라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방선거로 인해 개헌에 대한 판단을 잘못할 것으로 보는 홍 대표의 인식은 우리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무시하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자칫 한국당이 개헌과 지방선거 분리 실시를 둘러싼 논의에 내부적으로 착수하고 개헌 연기론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홍 대표의 느닷없는 개헌연기론이 선거구제 개편 등과 맞물린 유불리 차원에서 나온 계산된 주장이라면 더욱 정당성을 잃게 된다. 만약 개헌안과 함께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채택하는 등의 선거구제개편안이 한국당에 불리하게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협상에 나설 일이다. 개헌안과 선거구제 논의를 문제 삼아 몽니를 부리는 것은 하책임에 틀림없다. 선거구제 개편 협상은 정공법으로 추진돼야지 개헌을 걸고 넘어져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개헌, 특히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당위성과 공감대가 갈수록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선거 유불리는 개헌 논의에 틈입할 계제가 결코 아니다.

권력의 분산과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개헌은 국민적 여망이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가 합의하고 국민 대부분이 수용하고 있는 개헌 일정이 특정 정파의 정략적 이해에 의해 무산돼선 안된다. 홍 대표와 한국당은 개헌 일정을 미룰 게 아니라 오히려 논의를 주도하면서 자체 개헌 로드맵을 내놓는 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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