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빈방문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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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0   |  발행일 2017-11-10 제23면   |  수정 2017-11-10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12·12쿠데타와 5·18, 계엄령 등으로 정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정권은 부당한 것이었다. 정권 찬탈과정을 목도한 국민에게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은 지난한 일이었다. 차선은 세계 최강국 미국으로부터 대통령 대접을 받는 것이었다. 전두환은 이를 위해 미국에 국빈방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다. 미국은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를 꿰찬 사람을 국빈대접하지 않았다. 그의 미국 방문은 실무방문이었다.

국빈은 국가가 귀한 손님으로서 접대하는 사람이다. 국빈방문(國賓訪問)은 국가 빈객의 방문이다. 정부의 초청에 의해 국빈으로 방문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최고의 예우로써 대하고 체류비도 국가가 지불한다. 대상은 주로 외국의 원수나 원수에 준하는 총리 등이다. 방문의 격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 있으며 그 아래에 실무방문(Working visit)이 있다.

국가 최고의 손님맞이인 국빈방문은 과거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행사를 하는 데만 수억원이 들고 양 국가 간의 의전 등 까다로운 면이 많아 서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G20이나 OECD·APEC 등 국제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요즘에는 국가 간 방문도 실용적인 공식방문이 대세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미국 국빈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다른 대통령들도 미국방문 시 국빈에 준하는 대우는 받았으나 공식적인 국빈방문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미국 정상의 국빈방문은 뜨거운 환영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등이다. 정상회담이나 만찬 등은 품격과 명예의 행사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국빈방문은 왠지 뒷맛이 다르다. 귀빈보다는 장사꾼이 다녀간 듯한 느낌이 남는다. 그의 언어는 국빈의 품위보다 장사꾼의 티를 더 드러냈다. 트럼프의 순방 중 이뤄진 한·미, 미·일 정상회담의 공통점은 기-승-전-미국 고가 무기 구매였다.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가 오자마자 그의 눈앞에 그가 만족할 만한 고액의 무기 주문서를 펼쳐 보여줬다. 김정은의 핵은 한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물질보다 미국 첨단무기의 판촉물로서 더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이번 방한은 국빈방문이 아닌, 실익을 챙기는 실무방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하수 중부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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