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구미시의회의 직무유기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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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30면   |  수정 2017-11-21
[취재수첩] 구미시의회의 직무유기
백종현기자 <경북부/구미>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의 대변자다. 그리고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최고 의사 결정기관이다. 주민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권한은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 예산 심의·의결, 정책 결정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의결권은 지방의회가 가진 권한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이다. 하지만 최근 6개월간 의결권 행사를 고의적으로 세 차례나 미룬 구미시의회는 대의기관으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구미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제217회 제1차 임시회 본회의를 앞두고 가진 의원간담회에서 ‘구미중앙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 협약서 동의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당시 22명의 시의원은 찬반 양론이 팽팽하자 “시민의 명확한 여론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며 투표를 미뤘다. 지난 4월 열린 구미시의회 제212회 임시회와 6월 제214회 정례회에 이어 세 번째다.

당시 구미시의원들의 소신 없는 의결권 보류결정은 43만 구미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결정이었다. 중앙 정치인들이 지방자치 무용론을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핑계를 제공하기에도 충분했다. 민의 수렴기관이자 의사결정권을 가진 의회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20여일이 지난 19일 현재까지 구미시의회는 여론조사 방법이나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점이다.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민은 더 이상 순하고 순한 양이 아니다. 시민들은 화가 나면 표심(票心)이라는 엄청난 회초리로 화답을 할 수도 있다. 설사 표심의 회초리를 들지 않더라도 지방의회 의원들을 얕잡아 보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구미시민은 “민의의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이 반대한다고 의결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6개월 동안 의결권을 방치하다 뒤늦게 여론조사라는 핑계를 앞세운 것은 대의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구미시의회의 중앙공원 협약서 동의안 상정 반대를 외치는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의 잘못된 항의 표시 방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동의안 상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주민은 간담회장에 들어가려는 시의원들에게 물리적 행동으로 압박을 가했다. 시민단체·시민의 고성과 과격한 행동은 잠시 동안이지만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의결권 행사를 앞둔 시의원에게 압박성 불안감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

구미 시민 대다수가 성숙되지 않은 시위문화를 채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미시의회가 중앙공원 사업을 가결시키거나 부결시켜도 상관은 없다. 만약 가결되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장점이 생긴다. 반대로 부결되더라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돼 이래저래 이익이다. 구미시의회의 명확한 의결권 행사는 곧바로 구미시민에게 혜택으로 되돌아간다.

지방의회의 중심은 주민과 유권자다. 지방의원들이 준엄한 책임의식을 되새겨야 할 항목이다. 주민들은 민원을 잘 처리해 주는 지방의원보다 ‘공공이익을 대변’하는 지방의원을 더 존경한다. 화가 난 시민이 지방의회를 무시할까 그것이 두렵다. 백종현기자 <경북부/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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