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코리아 싱귤래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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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7   |  발행일 2018-02-27 제31면   |  수정 2018-02-27
[CEO 칼럼] 코리아 싱귤래리티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1세기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제창하며 일대일로의 해양 파트인 해상 실크로드(一路)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미얀마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고, 주요 항구를 하나씩 연결해 나가면서 자국의 해군을 주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해군기지들을 이어보면 그 모양이 진주목걸이처럼 보인다고 하여 ‘진주목걸이 전략’이라 불린다. 이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거점을 마련하여 아시아지역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다.

공격적인 중국의 해상 장악 계획에 대응하여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확대·발전시킨 것으로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공식화됐다. 이는 미국-일본-인도-호주를 연결하여 아시아의 동서남 외곽에서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를 포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나라들을 연결하면 다이아몬드처럼 보여 일명 ‘다이아몬드 전략’이라 불린다. 이 구상은 2012년 일본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자 했던 ‘다이아몬드 동맹’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근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 사이에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인도를 포섭하려는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인도는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의 전략에 합세하는 듯 보이지만, 중국과 경제적 측면에서 대규모 교류를 하는 만큼 어느 수위까지 진척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예로부터 아시아 패권은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쥐었다. 결국 유라시아 패권을 놓고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과 미국의 ‘다이아몬드 전략’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중국과 미국의 거대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각기 세력의 편입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편가르기로 긴장을 고조시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다. 더욱이 강대국의 논리로 코리아 패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니 한반도의 새로운 역할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할 때다. 필자는 이러한 위태로운 시점을 코리아 싱귤래리티(Korea Singularity)라 명명하고자 한다. 싱귤래리티(특이점)란 양적으로 팽창을 하다가 질적인 도약을 하게 되는 특정한 시점을 가리킨다. 그동안 내실을 키워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대치상황을 초월해 제3의 신시대의 지평을 열 수 있을 만큼 진화한 역사적 기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신아시아시대를 맞아 진주로 엮은 목걸이(중국)에 다이아몬드(미국)를 펜던트로 건 새로운 국제관계의 ‘진주-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라는 목에 장착시킬 수 있는 제3의 전략이 촉구된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한국은 우호관계를 넓혀 중심축이 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한반도 중심축 국가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도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중심축 국가가 되어야 하며, 어느 나라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중간층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주변국과 협력하는 포괄적 전략 외교를 구상해야 할 때다. 다시 말해 신아시아 다자 외교정책의 진화가 국가 전략적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중·한일 해저터널(고속철) 건설, 환황해·환동해 영해지역의 항만 및 항공자유항로협정, 동북아 슈퍼 그리드(Super Grid) 전력망, 한중일 FTA 체결 등 동북아경제공동체 인프라 조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거대 국가 간 알력과 대치를 새로운 화합과 평화의 접합점(‘진주-다이아몬드 목걸이’ 걸기)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한반도 통일은 가능할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운 문제가 야기되겠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방문하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한반도 비핵화 협의가 진전됨으로써 마침내 한반도가 신아시아시대의 중심축 국가로 전환하는 특이점(코리아 싱귤래리티)을 맞이하게 되기를 고대한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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