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흔들리는 자유한국당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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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8   |  발행일 2018-03-28 제31면   |  수정 2018-03-28
[박재일 칼럼] 흔들리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싫든 좋든 제1야당인데 지금쯤 이 당의 문제점을 한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탄핵정국 이후 이쪽의 정치세력은 과거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축이었던 세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프고 모순된 구석을 곳곳에서 노정한다.

먼저 역사평가의 한 구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박근혜 탄핵과 촛불저항’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어정쩡한 태도다. 탄핵 1년이 넘도록 이에 대한 명시적 논리적 입장이 보이지 않는다. 탄핵에 찬반표를 던졌던 국민의 대표, 이른바 국회의원들은 당시 자신들의 찬반 태도를 애써 감춘다. 더구나 찬반으로 갈렸던 의원들은 그냥 동네 애들처럼 이합집산으로 이리저리 들락거리다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모였다. 수학으로 따지면 미분에 미분을 한 뒤 적분으로 다시 슬그머니 뭉치는 과정의 논리를 찾기 어렵다.

상상 밖의 박근혜 비선정치와 민주와 비민주를 넘나든 몰정치의 행태에 대한 고해적 자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놓고 최소한의 정치적 방어기제를 내보이지도 않는다. ‘정치 보복’이라고 외쳐대는데 이처럼 거리의 누구나 떠들 수 있는 이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면서도 그냥 되뇌어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이들이 줄줄이 정치보복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면, 그쪽 세력은 당연히 거리투쟁이라도 나서야겠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장외투쟁은 포기했다면 대놓고 반박할 논거라도 발굴해야 할 텐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헌법안을 만들고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헌법안을 만들지 못하자 자신의 공약을 이행한다는 명분이다. 전문에서 대한민국의 역사 흐름을 어떻게 규정할지 등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일단 정치권이 관심을 쏟는 쪽은 정부체제, 즉 대통령제에 대한 수정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힘을 약간 빼고, 제도의 기계적 결함인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쪽으로 카드를 던졌다. 내각제를 선호하든 대통령제에 익숙하든 닭과 달걀 논란 식의 정치학적 찬반논쟁을 빼면 이 부분만큼은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완성체로서의 헌법개정안 제시를 뒤로 미룬 채, 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에 집착한다고 공격한다. 논리는 이렇다. 전직 대통령이 모두 불행한 결말, 혹은 감옥으로 갔는데 이는 전제시대 왕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과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이른바 내각제가 가미된 이원집정부제를 거의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능한 주장이지만 문제는 작금의 정국 전개와 결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자신들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이 ‘제도적 결함’에서 사생됐다면, 정치보복적 시각은 모순이 된다.

문 대통령 개헌안의 또 하나 핵심은 중앙권력을 줄이고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이른바 ‘지방분권’이다. 헌법 1조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동안 지방분권론자들이 주창해온 바를 수용했다. 현 집권세력은 시대 트렌드가 장차 이쪽으로 갈 것이란 점을 간파한 듯하다. 더구나 올해 정치일정의 최대 이벤트는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아닌가. 개헌이 통과되든 안 되든 최소한 우리는 이런 쪽을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유권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런데 자치를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여전히 수세적이다. 선거를 겨냥한 ‘개헌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그렇다 치고, 한국당은 지방자치 확대는 헌법에 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에 이어 심지어 분권 지향이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너무 나간 것이다.

선거는 정당과 정파가 넘어야 할 큰 고비다. 이겨야 한다. 이기는 방식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최소한 시대정신은 아니라도 그때그때의 트렌드와 여론의 주류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물이 찰 때 노를 저으라고, 지금은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 시즌인데 하다못해 ‘지방자치 확대란 원 포인트 개헌’ 제시로 역공하지는 못할망정 초점이 흐려지는 산탄을 날린다면 자유한국당의 그릇을 키우기는 힘들다. 탄핵 후유증일까.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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