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아들에 항체 줄 수 있어 다행…노래 봉사로 도움 갚을 수 있어 행복”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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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4   |  발행일 2018-04-04 제13면   |  수정 2019-01-14
■ ‘노래 재능기부’ 이소담씨
IMF 외환위기 때 남편 사업 실패
제대전 아들 病에 180도 달라진 삶
낮엔 18년째 화장품 외판 일하며
밤엔 이웃돕기 등 희망의 노래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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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담씨가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로 세상살이가 힘들 때가 있다.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남편의 사업 실패에 이어 아들이 백혈병을 앓으면서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이소담씨(58·대구시 남구 대명동)가 그렇다.

이씨는 IMF 외환위기 때 남편의 사업실패로 부도가 나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생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노점에서 그릇 팔기부터 밤무대에서 노래하기, 화장품 외판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 덕분에 형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군 생활을 하던 중 제대 7개월을 앞두고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들을 돌보면서 마음을 다잡은 이씨는 “아들에게 항체를 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들려줬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그녀는 “아들이 병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용기와 함께 작은 정성을 보태주고 있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릴 적 아버지한테 안겨 노래를 불렀던 것이 지금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요. 동료들과 함께 소년소녀가장돕기·백혈병 환우돕기·시각장애인 돕기 등을 위한 거리공연을 하는데 남들 보기에는 봉사일 수도 있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취미이자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녀는 노래하는 지인들이 아들의 백혈병 치유를 위해 도와준 것을 갚는 심정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와 MC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동료들이 거리모금과 음악회를 열어서 도와준 덕분에 아들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낮에는 화장품 외판 일을 18년째 하고 있으며, 밤에는 김광석 거리 카페에서 MC와 노래·대리운전 등 짧은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삶을 반복하고 있으며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녀는 ‘사랑노래봉사단’ 창립멤버로 12년을 활동했으며, 지금은 천사노래예술단(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8년째 노래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살갑게 굴던 아들이 아프니까 더 없이 가슴이 아리고 아파서 재능기부에 더욱 충실하려 한다. 또 건강을 허락해 줘 아들 뒷바라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서 감사, 오늘을 살게 해주셔서 감사, 한순간이 있어서 감사합니다”라는 그녀가 아름다운 천사처럼 느껴졌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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