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투어리스티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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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4 08:19  |  수정 2018-05-14 08:19  |  발행일 2018-05-14 제24면
[문화산책]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최근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란 신조어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사전에 의하면 이 용어는 관광을 뜻하는 투어와 구도심 혹은 빈민가의 발전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비싼 비용 때문에 정작 원주민은 외곽으로 밀어나야 하므로 부정적인 의미의 지역발전을 지칭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도 부정적이다. 관광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부정적인 효과 때문에 관광객이 싫다는 의미다. 이미 스페인의 마요르카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선 관광객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나 이화동 벽화마을 주민들이 관광객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한마디로 반갑지 않은 소리다.

그럼 여행에서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여행의 산업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며, 여행객의 개인적 문제에 기인할 것이다. 여행이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면서 여행사들은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다수의 사람을 모집한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여행사들은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꽉 짜인 일정의 단체 관광객을 몇몇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그리고 자신들과 연계된 가게로 몰고 다닌다. 이제 여행은 견문을 넓히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휴식을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아니라 누구든 아무렇게나 소비하는 저렴한 상품처럼 전락한 것이다.

게다가 다른 문화와 현지인들의 관습과 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생각은 애초에 가져보지도 못했던 사람이 과시용으로 관광이란 상품을 대량 소비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무렇게나 주차해 통행을 방해하거나 개인 사유지를 맘대로 들락거리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뿐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떠들며 몰려다닌다면 현지 주민으로서는 관광객이 그렇게 반가울 리 없다. 더군다나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물가마저 앙등한다면 관광객으로 인해 큰 이득을 얻는 주체가 아닌 이상 그들에게 더 이상 친절을 베풀기란 힘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현지인들이 금기시하는 종교적인 행동을 하거나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일삼는다면 심각한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관광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문제가 있다고 주요 산업으로서의 관광이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가 봤다고 자랑하기 위한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왜 어느 특정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곳엔 어떤 문화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저가를 미끼로 이윤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서비스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최권준<대구가톨릭대 중남미사업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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