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금, 무슨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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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6 07:54  |  수정 2018-05-16 07:54  |  발행일 2018-05-16 제23면
[문화산책] 지금, 무슨 책 읽어?
김민정 (대구문학관 전시담당)

2·28중앙공원 건너편과 교동 사이에 위치한 문화동. 최근 힙 플레이스(hip-place)로 알려지며 대구시민은 물론이고, 대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추천지로 알려졌다. 특히 내일로를 이용하는 청춘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대구역과 근접한 거리에 있으며, 대구의 다양한 모습을 도보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역을 지나 교동시장을 거닐다보면 신기한 물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군용물품은 물론이고 영화에서나 보던 일명 ‘양키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의 먹거리 납작만두가 있는 분식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느덧 문화동에 도착한다. 골목 사이사이 작고 예쁜 카페들이 숨어 있고, 2·28기념중앙공원 방향으로 나갈수록 개성 있는 상점들이 있다. 피자 자판기 입구가 있는 재미있는 피자가게, 홍콩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칵테일 가게까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함을 뽐내고 있는 상점 중 조용하지만 눈길을 이끄는 간판이 있다. 마치 꼬마유령 캐스퍼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다리를 꼬고 책을 보고 있는 간판이 거리에 덩그러니 있다. 이 간판은 자연스레 시선을 건물 속 계단으로 안내한다. 궁금함을 가지고 방문할 사람들을 위해 층마다 정성스레 꼬마유령들이 안내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독립서점 ‘고스트 북스(ghost books)’다.

네온과 현란함이 있는 1층 거리와는 달리 3층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인증사진에 익숙한 요즘 유행에 맞춰 곳곳이 사진을 찍고 싶은 공간이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세계문학전집부터 대형서점에선 만나기 힘든 다양한 분야, 다양한 언어들의 책이 기다리고 있다. 책과 더불어 다양한 그림도 곳곳에 있고,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차와 맥주 등 간단한 음료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문고본 세트도 있고, 따로 음료만 즐길 수도 있다.

‘유령이 셀렉 한 국내외 도서’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이곳은 독립출판물, 포스터, 엽서 등 문화상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책의 해’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동네책방의 열풍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책은 많은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스승이자 친구이다. 가정의 달 5월 선물할 곳이 많은 요즘, 오는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을 맞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벼운 책으로 인사를 건네 보는 것을 어떨까? 평소 책 한줄 읽을 여유조차 없더라도 언젠가 그 책장을 넘겨볼 날이 있을 것이다. 설령 냄비받침으로 쓰일지라도 새로운 책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들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 지치기 쉬운 요즘, 책 한권과 함께 소소한 여유를 찾아보길 바란다. 김민정 (대구문학관 전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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