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기도의 삶 마친 104세 ‘문지기 수사’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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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9 07:16  |  수정 2018-05-29 07:16  |  발행일 2018-05-29 제2면
‘국내 최고령 수도자’ 왜관수도원 이석철 수사 선종
평생 貧者와 함께하는 삶…‘미카엘 대천사’로 불려
말년에도 하루 다섯번 기도시간…수도원 묘지 안장
82년 기도의 삶 마친 104세 ‘문지기 수사’

무려 80여년간 수도자로 살며 빈자(貧者)의 벗이 돼 온 ‘문지기 수사’가 기도의 삶을 마감했다. 국내 최고령 수도자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석철 수사(미카엘·사진)가 지난 26일 선종했다. 향년 104세.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석철 수사는 1936년 동성상업학교를 나온 뒤 덕원수도원에 입회했다. 덕원수도원은 지금의 북한 원산 근처에 있던 왜관수도원의 전신이다. 1949년 공산당이 덕원수도원을 폐쇄하자 이 수사 등 수도자들은 월남해 1952년 칠곡 왜관에 새로운 터를 잡고 수도의 삶을 이어갔다.

고인은 1941년 5월 첫 서원을 한 데 이어 1944년 종신서원을 했다. 천주교에서 수도자들은 서원식을 올린 뒤 정식 수도자가 된다. 이때부터 남성은 수사로, 여성은 수녀로 살아간다. 서원을 하면 수도자 개인의 재산은 인정되지 않고 모든 현금·물품도 수도회에 속한다.

성 베네딕도회는 ‘가톨릭 수도회의 아버지’로 통하는 이탈리아 누르시아 출신 성 베네딕트(480~547) 정신을 따르는 수도회들의 연합이다. 과거엔 분도회(芬道會)라고도 했다.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베네딕도회 규칙에 따라 수도자들은 각자 공예장과 농장 등지에서 일한다.

고인은 왜관수도원에서 오랫동안 문지기의 소임을 해 ‘문지기 수사’로 통했다. 1994년 왜관수도원이 운영하는 분도노인마을 원장직을 끝으로 공식 소임을 마쳤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기력이 쇠한 뒤에도 가난한 이들과 병자를 찾아다니며 위로했다. 80년 넘게 수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가난한 사람의 청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는 그는 ‘미카엘 대천사’로 불렸다.

말년에도 고인은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에 빠지지 않고 늘 기도했다.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이었던 2009년 고인은 “후배 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매우 간단하다"며 “우리는 한마디로 천당에 가기 위해 산다. 하느님이 계시고 천당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지옥에 떨어질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례미사는 28일 왜관수도원 대성당에서 열렸다. 장지는 왜관수도원 묘지다.

칠곡=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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