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족 뮤지컬을 기다리며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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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1 07:52  |  수정 2018-10-01 15:43  |  발행일 2018-07-1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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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웃는얼굴아트센터 공연기획>

영유아에게 문화 공연은 뇌에 좋은 자극을 주며 감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유아들이 공연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영유아를 위한 공연은 지역극단의 창작극과 명작동화를 재구성한 공연부터 유명 캐릭터들을 활용한 대형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한다. 어린이뮤지컬의 연령제한은 24개월 정도로 공연을 처음 접하는 연령은 굉장히 낮다.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매월 진행하는 어린이뮤지컬도 어린이집 단체관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입학시즌인 3월에는 관람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가도 5~6월만 되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50분 정도의 공연은 어렵지 않게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유아를 위한 다양한 공연이 있는 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볼 수 있는 공연 수는 급감한다. 물론 많은 뮤지컬들이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등급이지만 대부분은 2시간을 훌쩍 넘겨 부담되는 공연이 대부분이고 참여형 공연이 대부분인 어린이공연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로 인해 주변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또한 공연 소재도 부적합한 작품이 많아 주로 관람하는 공연은 교육이나 학교생활에 관련된 목적극이나 역사극 정도로 제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배경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되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인식 때문에 작품의 제작단계에서부터 가족뮤지컬을 기피하는 것이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2006년에 진행되었던 라이온킹 공연의 흥행 실패에도 어린이뮤지컬이라는 인식 때문이 큰 요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에 볼 수 있는 공연이 부족한 상황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가족뮤지컬들이 많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재와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로 4세 아동부터 노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공연이다. 우리에겐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라이온킹·알라딘을 비롯해 최신작 겨울왕국(프로즌)·스폰지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브로드웨이 무대를 채우고 있다. 특히 스폰지밥은 최고 권위의 시상식 토니어워즈에서 12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까지 인정받았고 흥행성적도 밝을 전망이다.

우리에게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 빌리 엘리어트가 많은 가족관객을 동반해 흥행에 성공했고, 기대작인 마틸다와 처음으로 내한하는 라이온킹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뮤지컬은 흥행이 안된다는 인식을 깰 때가 온 것이다.
허정무 <웃는얼굴아트센터 공연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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