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균 원장의 건강챙기기] 이른 노안(老眼)의 한의학적 이해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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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1 07:54  |  수정 2018-10-01 15:05  |  발행일 2018-07-31 제19면
肝기능 떨어져도 시력 저하…구기자茶가 ‘구원투수’
간, 눈을 주관하는 인체 오장 중 하나
구기자차 마시면 간기능 개선에 도움
척추질환도 불균형 초래 눈 쉽게 피로
섬유질 풍부 해조류·녹색채소 섭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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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子) 권학문(勸學文)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일월서의세불아연 오호로의시수지건(日月逝矣歲不我延 嗚乎老矣是誰之愆)’-해와 달은 멈추지 않고 지나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오호라 하는 것 없이 노인이 되었구나, 이것이 누구의 허물인가. ‘소년이노학난성 일촌광음불가경(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보내지 말라.

어릴 적 늘 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시던 구절이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공감되는 구절 중의 하나로 마음에 남아 있다. 무거움의 세월들을 눈으로 다 보기엔 힘겨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눈의 증상 중 하나가 노안(老眼)이라지만 요즘 들어 ‘이른 노안’이 늘어나고 있다.

대개 노안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30~40대, 심한 경우 20대에도 이른 노안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과 PC의 잦은 사용으로 3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눈이 침침하고 피로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눈의 침침함, 피로와 함께 멀리 있는 것을 보다가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면 30~40대라도 이른 노안을 의심해봐야 한다. 노안이란 나이가 들수록 가까이에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질병이라기보다는 수정체의 노화에 따른 눈의 장애 현상이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조절 능력이 저하돼 생기는 노화에 따른 수정체의 장애 현상으로 나이가 들수록 눈의 조절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젊을 때에는 모양체나 수정체의 탄력성이 뛰어나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를 또렷하게 볼 수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져 먼 거리는 잘 보이고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는 흐리게 보이게 된다. 노안이 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노안을 방치하게 되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

한의학에서는 노안의 원인을 간(肝)이 혈(血)을 저장하는 기운(간장혈 : 肝藏血)이 쇠약해지고 간엽이 얇아져 담즙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몸이 노쇠해지면서 우리 눈도 노화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른 노안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른 노안의 일반적 증상은 먼 곳을 바라보다가 가까운 곳을 보면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고,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집중이 어렵고, 눈이 쉽게 피로하거나 눈이 침침하며, 어두운 조명에서 글씨를 읽기가 힘들어져 정밀한 근거리 작업이 어렵게 된다. 이른 노안의 원인은 안타깝게도 단순히 눈의 과도한 사용만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대개 바쁜 현대인들은 바르지 못한 자세로 생활하면서 척추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척추의 틀어짐은 허리통증에만 그치지 않고 경추 및 두개골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이러한 불균형이 눈 내부의 압력을 높여 눈을 쉽게 피로하게 하고 노안을 발생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또한 과로와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간의 피로도를 높여 기능을 저하시킨다. 간은 간주목(肝主目 : 간은 눈을 주관), 간주근(肝主筋 : 간은 근육을 주관)이라고 해 눈과 눈 주위의 근육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오장(五臟) 중의 하나다.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눈의 면역력과 눈 주위 근육의 기능이 저하돼 노안과 각종 눈질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안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노안을 발생시킨 원인을 치료해야만 한다. 특히 이른 노안을 발생시킨 구조적 불균형, 눈과 긴밀하게 관련된 간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오장 전체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치료와 훈련을 통해 수정체의 조절능력을 회복하고 눈 자체의 면역력을 높여 이른 노안을 치료한다.

처방으로는 가미대보음전, 가미청명탕, 가미고본단 등이 있으며 꾸준히 침구치료를 병행함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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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균<청산한의원장·대구한의대 외래교수>

노안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구기자차가 있다. 간의 소설기능을 돕는 구기자차로 하루를 시작해도 좋다. 또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식품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미역, 김, 해조류, 녹색채소와 함께 아미노산과 철분이 풍부한 조개, 바지락, 골뱅이 등을 새콤달콤한 초무침과 같은 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면 노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생활습관으로는 한 시간 정도 눈을 집중해 사용했다면 10분 정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자외선은 노안을 더욱 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에 외출 시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넥타이를 꽉 조여 매는 습관은 안압을 높여 노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느슨히 매거나 가끔씩 풀어주는 것이 좋다. 김한균<청산한의원장·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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