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정상회담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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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  발행일 2018-09-18 제31면   |  수정 2018-09-18

일본은 패망 직전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물론 그 기회는 패전을 승전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인류 역사상 가공할 원자폭탄 세례를, 그것도 두 차례나 얻어맞을 그런 참상은 피할 기회였다.

2차대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던 1945년 2월, 흑해연안 소련(옛 러시아) 영토인 얄타에서 미국·영국·소련의 세 정상이 모였다.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다. 세 정상은 일본의 항복을 촉구했다. 일본은 별 반응이 없었다.

5개월 뒤 7월, 이번에는 독일 포츠담에서 보름 이상 정상회담이 열렸다. 역시 미국·영국·소련이었고, 미국의 정상만이 루스벨트의 사망으로 트루먼으로 바뀌었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의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했다. 이때는 이미 히틀러가 자살하고 독일이 항복한 뒤였다. 일본은 거꾸로 나갔다.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면 어차피 모두 학살당할 것이 확실하다며 최후 항전을 독려했다. 아녀자들까지 죽창 훈련에 나섰다. 한 달 뒤 8월6일 히로시마, 9일 나가사키에 최초의 원폭이 투하됐다.

정상 간 담판이 역사를 바꾼 사례는 숱하다. 우리만 해도 얄타회담에서 신탁통치가 결정됐고, 이는 한반도 분할로 이어졌다. 포츠담선언에서는 베트남의 분할이 결정됐다. 197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발표된 닉슨과 저우언라이의 상하이 공동성명으로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오늘(18일)부터 2박3일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동족 간 정상회담인지라 과거 우리가 배제된 통한의 역사적 정상회담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무거운 주제가 두 정상에게 안겨져 있다. 미국과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이른바 ‘완전하고도 불가역적인 비핵화’다.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17일 “비핵화에 대해서는 어떤 발표가 있을지 두 정상 간의 진솔한 대화에 달렸으며, 이 모든 부분에 대해서는 블랭크(빈칸)”라고 했다. 또 “마치 이 부분에 굉장한 성과를 내야 되는 것처럼 기대감이 있습니다만 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의 상호 신뢰회복에 우선이 있는 것이고, 비핵화는 후순위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그만큼 비핵화의 목표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앞으로 숱한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다. 후일 역사는 이를 어떻게 기록할까. 무척 궁금하다.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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