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 백승운
  • |
  • 입력 2018-11-08   |  발행일 2018-11-08 제31면   |  수정 2018-11-08
[영남타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현재 구상 시인을 기리는 문학상은 3개가 있다. 2009년부터 서울 영등포구와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운영하고 있는 구상문학상이 첫번째다. 또 다른 하나는 장애가 있는 문인을 대상으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구상솟대문학상이다. 마지막 하나는 영남일보가 지난해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구상詩문학상’이다.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올해부터는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한 시인을 두고 3개의 문학상이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시인 구상(具常)이 남긴 족적이 유의미하다는 뜻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문학상 남발’을 걱정해서다. 국내의 문학상은 300개 이상이라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상을 감안하면 400~5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뜻을 기리는 문학인의 정신이 훼손되기 일쑤다. 문학상의 권위와 신뢰가 실추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해 영남일보가 구상문학상을 제정할 때 가장 걱정한 대목이 바로 이런 문제였다. 필자 역시 이 칼럼을 통해서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해 구상문학상이 제정되자 지역은 물론 한국문단에서 크게 반기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상 시인과 관계가 깊은 대구에서 상을 제정했다는 점이 매우 뜻깊다’는 목소리가 수시로 들려왔다. ‘해가 거듭될수록 한국 문학계에 큰 의미를 가지는 문학상이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도 이어졌다. ‘올해도 하느냐’는 예비작가의 문의는 연일 쇄도했다.

그럼에도 영남일보는 ‘차별화’를 꾀했다. 본상 추천 대상을 등단 10~20년 사이의 작가로 한정한 것이 그것이다. 말 그대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상을 주는 전략이다. 한국 시단의 미래를 책임질 젊고 패기있는 신진 작가를 양성하고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서다.

기실 한국 문단은 ‘젊은 작가 기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 소설, 수필 등 장르 불문이다. 신춘문예 등단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학상 수상은 원로들의 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젊은 작가들의 기근이 지속되다 보니 문단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문학도 일종의 생명체와 같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화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생태를 끊임없이 반복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문학이 건강하려면 새로운 피가 지속적으로 수혈되어야만 한다. 새 피가 수혈될 때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고 문학의 생태계가 담보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생물학적인 나이와 상관 없이 독특한 상상력과 문제의식, 문체로 무장한 신인들도 새로운 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생물학적 노화는 창의성을 어떤 식으로든 가로막기 마련이다. 오래전 만난 한 원로 작가가 “요즘은 근력이 떨어져서 글을 쓸 수가 없다”고 한 말은 이 때문이다. 노화가 육체와 정신을 옥죄는 것은 문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은 ‘젊은 작가 기근 현상’을 해결하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점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그것은 영남일보만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지난해 첫 수상자가 1982년생 시인 오은 이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첫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사, 창비 등 내로라하는 출판사에서 축하 화환을 보내왔고, 특히 시상식을 찾은 축하객 중에는 유난히 젊은 시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함께 참석한 원로들과도 소통하며 늦은 시간까지 문학과 시를 논했다. 시상식 자체만으로도 젊은 패기와 역동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신진과 원로의 소통의 장으로도 보였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문학상 명칭을 ‘구상詩문학상’에서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으로 바꾸었다. 영남일보의 주필 겸 편집국장을 역임한 구상 시인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지역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 점도 차별화의 한 대목이다.

지난 6일 제2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공고가 신문 지면을 통해 나갔다. 올해 역시 등단 10~20년 사이의 젊고 패기있는 시인이 본상 추천 대상이다.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이 앞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거대한 동맥이 되길 기대한다. 덧붙여, 독자와 한국문단의 관심과 지지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