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린 '15일 예산 대전'…선거제 개혁 요구하는 '야3당 패싱'

  • 입력 2018-12-06 00:00  |  수정 2018-12-06
법정시한 넘겨 나흘간 심야 줄다리기…민주·한국, 전격 예산안 합의
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요구하며 철야농성…"기득권 양당의 야합"
민주·한국, 본회의 전까지 '야3당 달래기' 나설 듯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나흘 넘긴 6일에서야 예산안 처리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여야가 대치하며 보름간 이어진 숨 가쁜 협상 끝에 나온 결과물이지만,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의 일괄처리를 요구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을 배제한 상황에서 이뤄진 '불완전한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12일 앞둔 지난달 22일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애초 지난달 중순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할 방침이었지만, 소위 위원 구성 문제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교체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지각 가동했다.

 이달 1일부터는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만 참여해 '밀실·깜깜이 심사'라는 지적을 받는 비공식 회의체, 이른바 소(小)소위가 가동됐지만, 이 역시 4조원 세수 결손 문제 등을 놓고 파행이 잇따랐다.

 결국 지난 2일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기고, 3일 정부의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4일부터는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에게로 공이 넘어왔다.

 민주당 홍영표·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 김관영 원내대표와 예결위 각 당 간사들은 새벽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여가며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공무원 증원, 4조원 세수 결손 대책, 정부 특수활동비 등 5대 쟁점을 중점 논의했다.

 원내대표들이 테이블에 앉은 4일부터 정기국회 시한(9일)이 다가올수록 협상은 더욱 숨 가쁘게 진행됐다.
 각 당 원내대표는 새벽까지 원내대표실과 운영위원장실을 바쁘게 오가며 막판 이견 조율에 나섰다.

 남북협력기금 등 쟁점 사업의 감액 규모와 4조원 세수 결손 대책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회의실에서는 간간이 고성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예산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200여건의 법안 처리도 지연됐다.


 이에 더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 3당은 국회의 비례성·대표성 강화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의 연계 처리를 요구했다.

 평화당이 3일부터 국회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4일부터는 야 3당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릴레이 철야 농성을 벌이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압박했다.

 좀처럼 타결될 것 같지 않던 예산 협상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전날부터였다.
 전날 저녁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여야는 쟁점 예산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 문제가 막판까지 걸림돌로 작용했다.

 급기야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 3당이 6일 정오까지 예산안·선거제 연계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과 단둘이라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야 3당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당초 이날 협상에는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도 참여했지만, 선거제 개혁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고, 이때 민주당과 한국당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어 두 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잠정 합의를 추인하기에 이르렀다.


 야 3당은 양당의 예산안 합의 발표에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기득권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민주·한국당이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거부하고 기득권 동맹을 선택했다"며 "양당의 기득권 욕심이 정치개혁의 꿈을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회주의 부정이자 폭거"라며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단식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은 예산안과 별도라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야 3당 달래기'에 나섰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에, 전체 49석의 야 3당을 배제한 채 거대양당만의 힘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따른 비판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치열했던 15일간의 '예산 대전'은 본회의가 예정된 7일까지 하루 더 연장될 수도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법은 각 당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야 하므로 하루 이틀 사이에 정리하기는 어렵다"며 "예산은 시한이 정해져 있으니 설득해서 처리하고, 선거법 논의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야 3당의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설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 야 3당의 입장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찾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