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겨울철의 양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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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8 08:03  |  수정 2018-12-18 08:03  |  발행일 2018-12-18 제21면
땀 날 정도로 따뜻하면 근골 연약해지고 쉽게 병 생겨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겨울철의 양생법

동의보감에 보면 계절마다 지켜야 하는 양생법이 명시돼 있는데, 겨울철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하며, 찬 기운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되 땀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늦게 일어난다고 해도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따뜻하게 해도 지나치게 따뜻하면 안된다. 너무 따뜻하면 땀이 나서 찬바람이 오히려 쉽게 들어오게 되고 근골이 연약해져 쉽게 병이 생긴다고 한다.

즉 집안에서 반팔을 입을 정도로 난방을 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길이 된다. 겨울에는 차가운 기운이 강해져서 양기의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양기란 양적인 기운으로 우리 몸을 유지시키고 순환을 돌리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양기의 소모가 심해지니 돌리는 힘이 약해지고 순환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추우면 우리 몸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온도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심장이나 뇌 등 몸 중심에 있는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손발로 피를 적게 보내게 된다.

날씨 추울땐 혈액순환장애 신경써야
스트레칭·요가 등 순환 개선에 유용
피 맑게 하는 청혈주스도 건강에 도움

올여름에 너무 더워 그런지 올겨울은 유독 더 추운 것 같다. 이렇게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질 때는 한기가 지나치게 강해 더욱 조심해야 된다. 겨울철 질환을 생각하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독감처럼 호흡기 질환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혈액순환 장애다.

왜 혈액순환 장애가 호흡기 장애보다 더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된다고 이야기할까. 혈액순환이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심장에서부터 피가 나와 손발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를 잠시 고찰해 보면 생명이 유지되는 모습이자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은 고이면 썩지만 유유히 흘러갈 때는 맑음을 유지하며 지구 곳곳을 돌며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처럼 혈액순환 역시 흘러감에 우리 몸을 유지하며 정화시키는 것이다. 공간의 큰 흐름 속에 사람이 있기에 사람의 몸 안에도 똑같은 흐름이 흘러간다. 보이지 않지만 그 흐름의 방향을 이끌어주고 잡아주는 것이 경락순환이며, 직접 눈에 보이며 육체를 유지시키는 순환이 혈액순환이다.

생명이란 횃불이 타오르는 모습과 같다. 산소를 흡입하고 열을 방출하는 모습이 곧 공간 안에서 생명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한의학에서는 ‘보사’라고 하는데, ‘보한다’라던가 ‘보약’이라는 말은 사실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외부에서 받고 쌓인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하는 것처럼 인체 역시 공간으로부터 기운을 받는데 이를 ‘보’라 하고 인체 밖으로 열을 방출하는 것을 ‘사’라고 한다.

원래 ‘보사’의 의미는 생명체가 유지되는 모습 그 자체를 표현한 말이다. 횃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 그대로 멈춰 있지 않고 끈임없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렇게 외부와 내부가 소통되는 것도 또한 순환이며,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횃불이 힘을 잃어 점점 꺼져가듯이 생명력이 약해짐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혈액순환은 잘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으로 △몸이 무겁고 쉽게 피로하다 △손발이 저리거나 쉽게 차가워지고 시리다 △몸이 붓고 멍이 잘 든다 △어깨가 자주 뭉치며 뒷목이 뻐근하다 △몸에 쥐가 나는 경우가 많고 잘 풀리지 않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졌다 △기미가 생기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발뒤꿈치가 자주 갈라진다 △어지럼증을 느낀다 등이 있다.

이 중 해당되는 항목이 4개 이상일 때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가 스트레칭이나 체조·요가 등을 하고 있다. 이 운동으로 왜 혈액순환이 개선될까. 우리 몸의 양 어깨와 양골반 부위를 한의학에서는 ‘개차부’라 하며 네 부분이기에 ‘사개차’라고 한다. ‘개차’라는 말은 열고 닫는다는 의미로, 즉 댐의 수문처럼 몸체와 사지 사이의 흐름을 조절하는 부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위를 원활하게 열어주는 것이 혈액순환에 많은 도움이 된다. 체조나 요가 등은 이 부분을 열어주는데 중점을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청혈주스를 마시는 분도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통즉불통’ ‘십중구담’이란 치료의 요강이 되는 말이 있다. ‘통즉불통’이란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고, ‘십중구담’이란 병의 열 가지 중 아홉 가지가 담이라는 말이다. ‘담’은 고여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하기에 피를 맑게 하는 청혈주스는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이야기했다시피 겨울철에는 차가운 기운에 대응해 양기를 아끼는 양생법을 해야 하는데, 사실 양생법의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다가오는 봄을 예비하기 위함이다. 겨울에 기운을 아끼지 않으면 봄이 돼 생명이 약동하는 시기가 될 때 그 기운의 변화를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일년 내내 몸이 힘들게 된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내년과 새봄을 위해 혈액순환 역시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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