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文정부 한 해 국정은‘外華內貧’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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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31   |  발행일 2018-12-31 제26면   |  수정 2018-12-31
2018년은 김정은이 주도권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봄 기운이 돌지만
서민생활은 한겨울 찬바람
새해는 文대통령 주도해야
[송국건정치칼럼] 文정부 한 해 국정은‘外華內貧’

2018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쥔 해였다. 2017년 11월29일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인 2018년 첫날부터 판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둔 핵 단추가 집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 뒤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혔다. 이 순간 문재인정부 대북 라인의 경계심은 사실상 무장해제됐다. 실제로 2월9일 개막된 평창동계올림픽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면서부터 많은 국민들도 ‘김정은의 마법’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문 대통령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환담을 나누고,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오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남쪽에 ‘팬클럽’이 생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서 만나 국제정치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선 2017년에 ICBM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라고 독설을 날렸던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고비마다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을 찾아가 보폭과 균형을 맞추는 외교력을 과시했다.

문 대통령은 각 단계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실천하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중재를 위해 적극 나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라고 주선했다. 2018년 한 해 동안의 그런 노력들이 전쟁의 공포를 없애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는 호평이 많다. 그럼에도 2018년을 ‘문재인의 해’라고 부르지 못하는 건 국정운영이 여러 측면에서 ‘외화내빈’에 그친 까닭이다. 일단 ‘외치’(外治)는 외형상 화려했다. 다만 그만큼 내실을 다졌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학수고대하는 모습에서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보였다.

외치는 외형이라도 화려했지만 ‘내치’(內治)는 외형과 내실이 모두 빈곤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으로 서민생활은 1년 내내 찬바람을 맞았다. 한 해 동안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을 만들어 놓고 일자리 관리를 했지만 실패했다. 경제전문가 대다수가 지금 상황을 위기라고 하는데 유독 청와대와 그 주변만 아니라고 한다. 문 대통령 본인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현장의 중소상공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했지만 인물을 바꿨을 뿐 정책변화는 아니었다. 여기다 문재인정부의 버팀목인 도덕성, 보수정부와의 차별성이 흔들리는 사태가 연말에 발생했다.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연일 폭로하는 민간인 사찰, 전 정부 사람 찍어내기 의혹이다.

2019년은 ‘문재인의 해’가 돼야 한다. 대북 유화책을 써면서도 주도권을 가져야 하고, 남-남 갈등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가며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 적폐청산을 하면서도 새로운 적폐를 쌓고 있는 건 아닌지 자주 돌아봐야 한다. 남북 문제 외엔 대통령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건 위험신호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말이 자기편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다는 세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큰 선거가 없는 2019년은 대통령이 열성지지층의 요구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의지로 국민의 진정한 뜻에 따라 통치를 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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