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구의 미래를 밝힌다] (중) 프로젝트ㄱ(프로젝트 기억)

  • 손선우 최소영
  • |
  • 입력 2019-01-08   |  발행일 2019-01-08 제7면   |  수정 2019-01-08
사회 어젠다에 실용성 높인‘굿즈’…세월호·독도 등 펀딩 7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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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소영기자

크라우드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모집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쳐 만들어진 말이다. 일반 대중이 스타트업에 대해 후원·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이 펀딩 후 물품을 받는 보상형(후원기부형)과 투자 이후 수익을 배분받는 투자형(증권형)이 대표적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초기에는 독립영화 제작이나 어려운 사연을 가진 사람에 대한 생계지원 정도의 역할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 투자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국내의 투자 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7년 크라우드펀딩 모금액은 279억6천만원, 지난해에는 299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성장한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구의 스타트업이 있다. 펀딩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시킨 ‘프로젝트ㄱ(프로젝트기억)’이다.

◆“그날을 잊지 말아요”…펀딩 7건 성공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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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ㄱ’의 강태구(오른쪽)·김예완 공동대표.

새로운 유통 및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한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자신이 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시장 반응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테스트 베드(시험대)’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크라우드펀딩 히트작을 조만간 유행할 아이템의 선행 지표로 본다. 하지만 펀딩 사연과 계획이 좋더라도 모금액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하는 플랫폼만 믿고 펀딩을 시도한다면 십중팔구 실패를 맛보게 된다.

프로젝트ㄱ의 펀딩 7건은 모두 성공했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회사 와디즈에서 3회에 걸쳐 진행된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는 645%, 221%, 404%의 펀딩 달성률을 올렸다. 이후 독거노인 프로젝트는 239%, 굿모닝 독도 프로젝트는 808%, 579%, 우리삽사리 프로젝트는 704%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펀딩 성공 비결은 사회 어젠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고 실용성을 높인 굿즈(상품)를 생산한다는데 있다. 상징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일상적인 디자인에 메시지를 입혔다. 은유와 비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었던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는 세월호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제외한 디자인으로 꾸몄다.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조용히 세월호의 기억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담자는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의류 편집숍과 함께 진행한 ‘독거노인 프로젝트’도 서예작가의 드로잉을 활용한 휴대폰 케이스와 가방, 티셔츠를 만들었다. 독거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외로운 새와 고독한 집, 꽃을 찾아온 나비’의 드로잉을 심벌로 내세웠다.


세월호·독도·삽사리 기억 담은
휴대폰 케이스·가방·의류 제작
수익금은 기부·지역사회 환원
프로젝트 펀딩 반응도 뜨거워
2017년 베스트 메이커로 선정

크라우드펀딩 시장 성장세 꾸준
소외되고 무거운 주제 다루지만
밝고 명랑한 디자인 입혀 인기

“의미만 강조하면 상품가치낮아
고객에 어필할 매력적 제품 필요”



독도에 대한 기억을 담은 ‘굿모닝 독도’와 천연기념물 삽살개를 기억하자는 ‘우리 삽사리’ 프로젝트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의류를 감각적으로 디자인했다.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노인복지관에 기부하거나 전국 도서관 등에 해당 주제를 기억하기 위한 도서를 기부했다.

“사회 어젠다를 굿즈로 만들되 기성 패션 브랜드에 못지않은 디자인과 품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프로젝트ㄱ’의 강태구 대표(27)는 “의미만 강조해서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낮다. 고객에 인정받기 위해선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 실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ㄱ의 펀딩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에서는 222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독거노인 프로젝트는 78개, 굿모닝 독도 프로젝트는 218개, 우리 삽사리 프로젝트는 83개의 응원 댓글이 남겨져 있다. 이 같은 인기로 2017년 와디즈 베스트 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 소외된 기억에 초점

프로젝트ㄱ은 2017년 2월 설립됐다. 창업 계기는 강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강 대표는 해군에 근무했다. 그의 근무지에서도 구조 지원을 나갔는데, 당시 육상에서 근무하던 강 대표는 동기들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늘 마음에 걸렸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점점 잊어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계명대 광고홍보학과에 복학한 강 대표는 유족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구상했다. 그의 뜻에 공감하는 선후배들이 모여 ‘프로젝트ㄱ’ 팀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휴대폰 케이스를 제작,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을 전문적으로 모으고 관리하기 위한 기구인 ‘416기억저장소’에 기부하기로 했다. 학생 5명이 나서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제작업체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었다.

2015년 목표금액 200만원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이틀 만에 목표모금액을 돌파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언론의 관심도 쏟아졌다. 프로젝트 도중 유족들의 응원 전화를 받기도 했다.

강 대표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커뮤니티에서 욕도 많이 먹고 제품을 만들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나서는 뿌듯했다. 기억의 힘을 느꼈고 이런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대신 ‘그간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어떻게 쓰고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펀딩을 돕던 김예완씨(25)와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소외된 기억’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먼저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고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형상화해 제품으로 만들었다. 또 독도와 삽살개를 주제로 굿즈를 만들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밝고 명랑한 디자인을 입혔다. 굿모닝 독도와 우리 삽사리 프로젝트는 오픈 10~15분 만에 목표모금액을 달성했다. 또 이 굿즈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입증한다. 인스타그램의 댓글로 외국인들이 굿즈를 사고 싶다고 자주 문의한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고생도 컸다. 서울 동대문에서 원단 샘플을 받아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의류제작과 관련한 전문가가 아니어서 덤터기도 쓰고 무시도 당했다. 하지만 고생은 다양한 경험으로 쌓였다.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작가와 모델을 섭외하는 등 모든 제작과정을 직접 경험한 탓에 가능했다. LH소셜벤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사회가치를 추구하면서 영리적인 목적도 같이 달성해야 한다는 소셜벤처의 개념을 확립하기도 했다.

강 대표와 김 대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설문조사를 벌이거나 관련 서적을 읽는 등 철저한 사전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김 대표는 “사회 어젠다를 주제로 사업을 하는 만큼 문제의 소지가 크다. 그래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ㄱ은 설립 초기의 취지를 살려 올해 예비사회적기업에 신청할 예정이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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