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유커의 주머니를 노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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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  발행일 2019-01-21 제30면   |  수정 2019-01-21
[하프타임] 유커의 주머니를 노린다면…
구경모 서울취재본부 기자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왔다. 지난해 1~8월 한국을 찾은 유커 수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한·중 갈등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최저임금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곧 있을 춘제(중국의 설) 연휴 대박나길 원한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

2016년 제주도에서 유커들이 한국 식당 여주인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인들이 자신이 마실 술을 가져온 것에 식당 주인이 항의하면서 사건이 터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술을 직접 들고 식당에 가는 중국인들의 성향을 알고 있었다면 폭행이란 극단적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이 자신이 마실 술을 들고 식당에 가는 이유는 가짜 술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명주(名酒) 시장의 66%가 가짜란 통계가 있고, 1998년 산시성의 한 도시에서 가짜 술을 먹고 한꺼번에 2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손님이 자신이 마실 술을 가지고 오는 것을 식당 주인도 당연시 여긴다.

그렇다고 매상이 줄어들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많이 시키고 많이 남겨야 잘 먹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과 비교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음식 주문량이 많다. 술을 못 팔아 생기는 손실을 많이 주문한 음식으로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사족이지만 요즘들어 중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0% 포도즙으로 제조된 와인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육류를 다루는 식당이라면 좋은 품질의 중저가 와인을 구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중국인이나 조선족을 고용하고 있다면 중국식 체면(미엔즈·面子)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중국인들의 체면은 단순한 허례허식이 아닌 생명과 같다. 미엔즈는 자존심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따라서 중국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선 직급에 관계없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혼을 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혼이 난 중국인 직원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이 직원은 자신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복수를 계획할 수도 있다.

실제,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사업가들로부터 혼이 난중국인 직원이 공장 열쇠를 들고 사라졌다거나 칼부림을 했다는 등의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식당 여주인도 중국 손님을 따로 불러 조용히 얘기했다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에게 중국을 비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와 국가 주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 필요 이상의 화를 내곤 한다. 어릴 때부터 국가와 나를 동일시하는 기국일체(己國一體) 사상 교육을 받은 결과다. 중국인들에게는 국가의 체면이 곧 자신의 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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