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드시 구미에 와야 한다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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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9   |  발행일 2019-01-29 제30면   |  수정 2019-01-29
120조원 드는 국가기간시설
안보상의 위험 요소 줄이고
대통령 ‘지방살리기’철학 등
여럿 고려땐 구미가 최적지
수도권 가는 憂 범하지말길
[화요진단] ‘SK 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드시 구미에 와야 한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구미시가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늦은 최근까지도 ‘구미국가산업단지 올해 수출목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구미시가 기업체 수출·생산 실적과 직결되는 미·중 무역분쟁, 세계무역 성장세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대외 수출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도역할을 했던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40주년’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지난해엔 구미에서 7천여명이 역외로 빠져나갔다. 단순인구유출이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이전에 따른 직원들의 유출이어서 타격이 크다. 구미중심가 상가 세곳 중 한곳은 폐업한 상태다. 얼마 전 장세용 구미시장이 미국을 방문한 사이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네트워크사업부 일부를 오는 4월까지 수원으로 옮기기로 했다는 최종방침이 흘러나왔다. 어느 한곳 성한 데가 없다. 과거 대한민국 수출을 견인했던 구미시의 암울한 현실이다. 그나마 한줄기 희망의 빛은 바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사업’ 유치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과 소재 및 장비업체까지 입주하게 된다. 정부가 경제활력회복 차원에서 SK에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사업이다. 정부도 1조6천억원을 투자하게 되며, 고용효과 1만명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십조원에 달한다.

이미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있는 용인시와 SK하이닉스 M14·16 공장 두곳이 소재한 이천시, SK하이닉스 M15 공장을 보유한 충북 청주시 등이 각각 유치에 나섰고, 구미시가 가세한 형국이다. 지금으로선 여러모로 불리하다. 경기도 용인·이천은 수도권으로, 연관산업이 들어서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는 이점을 내세우고 있다. 청주도 기존 SK 반도체 공장이 있는 데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고향이어서 유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미 청주에선 SK 관계자들이 인근 대기업 부지구매에 나섰다고 한다.

구미 일각에서는 ‘유치는 물 건너갔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유치 불발에 따른 책임론이 두려워 꼬리를 내리는 정치인도 있다. 이 와중에 백방(百方)으로 뛰고 있는 장세용 구미시장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유치 불발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립무원(孤立無援)인 장 시장을 돕고 피폐해진 대구·경북을 살리기 위해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치 이데올로기를 떠나 지역살리기에 ‘원팀’으로 뭉친 것은 유례없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대구와 경북은 ‘지역상생’이라는 또다른 값진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입지 선정에 앞서 안보상 위험요소를 살펴보길 주문한다. 북한의 방사포나 장사정포 유효사거리 내에 있는 수도권에 또다시 SK하이닉스 공장을 짓도록 허용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온당치 않다. 과거 정권에서 방위사업체를 전국으로 분산배치시켰던 것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건설비용이 120조원이나 되는 국가기간산업시설이 한발에 수십만원짜리 방사포탄과 장사정포탄의 위협에 노출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공교롭게도 반도체 관련 재벌 총수 대부분이 병역면제를 받았다. 어떤 그룹의 부자(父子)는 각각 ‘정신이상’과 ‘수핵탈출증’으로, 누구는 ‘체중과다’라는 이유로. 이들이 소총을 들고 전방초소에서 하룻밤이라도 근무했더라면 수도권에 공장을 짓는 우(憂)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SK하이닉스가 맡게 되는 이번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 정부의 목소리가 담길 여지가 있다. 안보상 위험완화와 지역경제활성화, 반도체산업발상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미가 최적지임에 이설(異說)이 없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국정철학인 ‘지방살리기’에도 부합한다. 유치지역 결정에 앞서 ‘꿈과 우정을 나눠라. 그러나 언제든지 곁에 몽둥이를 준비해두라’라는 러시아 속담이 시사하는 바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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