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대게’ 보호 방안 시급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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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6 07:38  |  수정 2019-02-16 07:38  |  발행일 2019-02-16 제5면
‘불법 포획 + TAC제도 악용’ 씨 말라가는 동해안 대게
20190216

겨울철 최고 별미인 대게의 제철은 언제일까. 많은 사람들은 ‘12월 초겨울’로 잘못 알고 있다. 이는 금어기가 끝나 대게를 다시 맛볼 수 있다는 반가움에서 비롯된 것일 뿐 제철은 2월 중순~4월이다. 이 시기 껍데기 속 살이 꽉꽉 들어차고 출하량도 많다. 이때쯤부터 포항을 비롯한 울진·영덕 등 대게 명산지들이 북적인다. 몸통이 크다고 ‘대게’라 생각하면 오해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고 곧다고 해서 한자로는 죽해(竹蟹)라 불린다. 대게의 참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요리법은 찜이다. 양념을 얹거나 고명 등을 얹어 먹는 일반적 찜과는 달리 대게를 찜통에 쪄서 그대로 먹는다. 담백하고 쫄깃한 맛의 잔영은 혀 끝에 오랫동안 각인된다. 달콤한 뒷맛이 입안을 휘감는 감칠맛은 대게를 또다시 찾게 한다. 대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몸 값도 비싸졌다. 일부 몰지각한 어민들은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대게와 체장 미달 대게를 불법으로 잡아들인다. 여기에다 정부가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TAC(총허용어획량)제도를 비웃듯 편법을 동원한 대게 잡이도 서슴지 않는다. 대게 자원 고갈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게 최대 생산지 포항

20년 전만 해도 인지도가 낮아 맛을 아는 사람만 찾아가서 먹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7년 국민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방영으로 대게가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촬영지인 영덕은 이른바 ‘대게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영덕 대게거리엔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2008년 이후 매년 어획량 급감
2017년 경북서 1천626t 포획
암컷·체장미달 대게 마구잡아
생산량 대폭 감소 가장 큰 원인

9.77t 이상 어선만 TAC 적용
그 이하 할당량 적용하지 않아
정부 TAC보다 두 배 더 잡아
어선 총톤수 조작 편법도 기승



대게의 인기가 치솟자 경북도내 지자체 간 원조 논쟁도 벌어졌다. 영덕·울진·포항시는 “우리 앞바다에서 대게가 많이 잡힌다” “우리 지역 대게가 맛이 좋다” 등 다양한 이유로 비생산적 논쟁을 벌였다. 현재 대게어장은 동해안 연안어장과 91해구, 351해구, 358해구, 949해구의 한·일 중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육지와 100~150마일 떨어진 근해 수심 200~400m에서 주로 많이 잡힌다. 이곳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어선 수와 생산량은 정비례한다. 15일 경북도에 따르면 2017년 경북 시·군별로 할당된 TAC은 총 75척·668t(20% 유보액 제외)이다. 포항 25척·480t, 경주 15척·21t, 영덕 14척·103t, 울진 21척·64t이다. 한 해 동안 대게를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은 포항시가 가장 많으며, 실제 생산량도 가장 많다. 포항·영덕·울진의 2017년도 대게 생산 현황에 따르면 포항은 859t, 울진 527t, 영덕 124t순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의 대게 생산량은 전국의 90%를 차지한다”면서 “경북도내에선 포항 구룡포 선적이 가장 많다. 포항이 국내 생산량의 55~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감소하는 겨울 별미 대게

2004년 전국 대게 생산량은 2천605t에서 2005년 3천240t, 2006년 4천62t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2007년 4천817t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08년 3천19t, 2010년 2천606t, 2014년 2천412t, 2017년 1천789t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게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좁고 한정된 대게어장에서 자행되는 암컷·체장미달 대게의 무분별한 포획이다.

행정당국·해경의 단속에도 불법 포획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울진해경은 체장미달 대게 43마리를 불법 포획한 혐의로 자망어선 선장 A씨(32)를 입건했다. 또 포항해경은 지난달 30일 포항 남구 한 수산물 판매업체에서 암컷대게 520마리를 보관한 혐의로 수산물 판매업자 B씨(47)를 입건했다.

포항해경은 최근 3년간 대게 불법포획 100여건을 단속했다. 연중 포획이 금지된 암컷·체장미달 대게를 불법 포획하거나 불법 어구를 사용하다 해경에 적발된 것이다.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탓에 대게 불법 포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TAC 제도 모순

정부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총허용어획량을 정해 할당량을 주고 있다. 매년 정한 기준치 이상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대게 TAC의 경우엔 9.77t 이상의 근해 자망·통발 어선에만 적용하며, 각 어선의 3년 어획량에 따라 할당량을 달리 책정해 준다. 이들 어선에서 잡은 대게는 위판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지역별 수협위판장에서 판매돼 통계가 잡힌다.

문제는 연안어선이다. 정부는 총톤수 9.77t 이하 대게잡이 어선에 대해선 TAC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세어민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잡은 대게는 위판장 이외 장소에서도 매매 가능해 정확한 통계가 어렵다.

이는 대게 TAC 할당량과 생산량에서 잘 나타난다. 2017년 국내 대게 총 생산량은 1천789t이며, 경북은 90.8%인 1천626t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경북이 정부로부터 받은 TAC는 835t(유보액 포함)뿐이다. 연안어선이 791t의 대게를 더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또한 연안어선들이 지역별 수협위판장에서 거래한 것만 집계 됐을 뿐이고 도·소매로 거래된 양은 파악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연안어선 중에는 TAC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어선 총톤수를 교묘한 수법으로 바꿔 기업형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 어선들는 40t급 어선 규모와 엇비슷하다.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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