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신공항 딜레마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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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1   |  발행일 2019-02-21 제31면   |  수정 2019-02-21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이란 민감한 화두를 공약이랍시고 슬쩍 끄집어냈다. 대구·경북이 반발하자 “굳이 가덕도를 고집하진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그 즈음 필자는 ‘신공항, 彌縫의 뒤끝’이란 칼럼을 썼다. 다음은 칼럼 내용의 일부. 권영진 대구시장은 ‘철 지난 유행가 타령’으로 치부했지만 가덕도 신공항 불씨는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부산에서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을 언급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동남권 신공항’의 함의도 묘하다. 동남권은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기도 하지만, 협의(狹義)론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의미한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한결같이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되뇐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지가 확고해졌을 때 저들은 “우린 동남권(부·울·경) 관문공항을 건설할 테니 너흰(대구·경북) 통합공항을 건설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로 나올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문 대통령이 ‘김해 신공항 총리실 검증’ 발언으로 가덕도 신공항에 무게를 실어주자 오거돈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대구통합공항 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구통합공항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다. 영남권에 두 개의 관문공항이 존립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 취항에다 24시간 운항 가능한 국가 제2관문공항이란 밑그림이 이미 그려졌다. 군위 또는 의성에 자리 잡을 군사겸용공항이 무슨 수로 따라 잡겠나.

이 모든 게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미봉하면서 사달이 났다. 가덕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밀양 신공항이 낙점됐다면 어땠을까. ‘대구공항은 밀양 신공항으로 통합되고, K2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경북으로 옮겨간다. K2 후적지엔 스마트 신도시가 들어서고 동구 주민들은 전투기 소음에서 해방된다. 어디 그뿐인가. 대구·경북민은 관문공항 밀양에서 유럽·미주 항공편까지 탑승이 가능해진다.’

이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상수(常數)가 된 듯싶다. 당연히 대구·경북의 대응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총리실 검증이 ‘김해 신공항 불가’로 결론 나는 순간 신공항 관련 현안을 전부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수용 및 대구통합공항 건설은 또 하나의 미봉(彌縫)이기 때문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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