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동시대 관통하는 철학을 묻는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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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7   |  발행일 2019-03-27 제22면   |  수정 2019-03-27
20190327
홍영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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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환 작

‘컨템퍼러리 아트’는 흔히 ‘동시대 미술’로 해석된다. 1970년대 이후 현대미술을 지칭하는 용어지만,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제대로 소개된 적이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미술의 흐름으로만 이해되고 있을 뿐이다.

대구예술발전소 김기수 예술감독에 따르면 ‘컨템퍼러리 아트’는 미술사적으로 ‘모던 아트’를 대체한 새로운 미술 양식이다. 김 감독은 “모던 아트(Modern art)는 19세기 중후반 에두아르 마네로부터 시작돼 잭슨 폴록이 사망하는 20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간 미술계를 지배했다. 인상파, 후기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추상미술, 앵포르멜 및 추상표현주의 등 일련의 아방가르드 미술로 특징짓는다”고 했다.

예술발전소 컨템퍼러리 아트전
작가들이 보는 시대 문제 등 담아
평면·설치·사진·비디오로 표현
전시 연계해 5차례 특강도 마련


컨템퍼러리 아트에 대해선 “탈모더니즘,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담론을 수용하며 서구중심주의에서 탈피해 각 지역의 동시대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미술사적으로는 기존의 형식적, 심미적 미술로부터 개념적, 비판적 미술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술은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의 개념이나 양식이 언제나 변해왔다”고 강조했다.

철학적이고 미술사적인 흐름에서 컨템퍼러리 아트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도 ‘컨템퍼러리 아트란 무엇인가’이다.

지금 이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평면은 물론 사진, 설치, 비디오 작업까지 만나 볼 수 있다. 김희선, 백승우, 오인환, 이완, 이지영, 전리해, 전명은, 정아람, 최선, 홍영인, 이미혜, 홍희령 작가를 비롯해 칠레 출신의 엔리케 라미레즈, 에스토니아 출신의 플로 카세아루, 대만 출신의 팅-팅 쳉 작가가 참여했다.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오인환 작가의 ‘이반파티’가 이채롭다. ‘이반’은 성적 소수자를 통칭하는 단어다. 작가는 커밍아웃한 성적 소수자다. 해마다 이반파티에 참석한 성적 소수자의 사인을 알아볼 수 없게 형상화하고, 아래 커밍아웃한 사람의 이름만 적어놓았다.

이미혜 작가의 ‘국민취향’은 유행을 좇는 한국사회의 일상을 재미있게 비튼 작품이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로 꾸민 거실 인테리어가 사실 최신 트렌드를 천편일률적으로 따르는 획일화된 취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였던 이완 작가의 ‘메이드 인 시리즈’도 관객의 눈길을 끈다. 작가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 직접 만든 설탕이나 황금, 팜유는 물론 제작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전리해 작가의 자갈마당 시리즈, 최선 작가의 입으로 불어 제작한 회화, 평양의 집단 퍼레이드 사진을 자수로 옮긴 홍영인 작가의 작업, 부분을 확대해 북한을 새롭게 조명한 백승우 작가의 사진, 한국사회의 관음증을 비판하는 정아람 작가의 설치작도 흥미롭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전시와 연계해 5차례의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기수 감독(28일)과 오인환 작가(4월11일),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4월25일), 강효연 누스페어 동시대미술연구소장(5월9일), 박소영 미술사학자(5월23일)가 강사로 나선다. 또 지역의 청소년 예술가 지망생들을 위한 ‘스쿨 앤드 틴(School and Teen)’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6월9일까지. (053)430-1225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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