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대구FC 미리보기’ 신문 기고 책으로 펴낸 안상영씨

  • 명민준,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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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2 08:36  |  수정 2019-06-22 08:37  |  발행일 2019-06-22 제22면
“엔젤클럽 단톡방에 올린 관전평이 시작…건축쟁이가 글쟁이도 됐죠”
20190622
대구FC 열성팬인 안상영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발간한 책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공대 출신에 건축쟁이인 안상영씨(55)는 몇년 전부터 축구에 미쳐 산다. 조금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지역 축구팀인 대구FC에 푹 빠져 산다. 그냥 응원만 하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대구FC의 경기를 웬만한 전문가 수준으로 분석한 글로 녹여 내 팬들 앞에 내놓는다. 분석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부터는 지역의 모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해 기고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영남일보 스포츠면의 ‘대구FC 미리보기’ 코너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6년 5월23일부터 쓰기 시작한 원고가 꽤나 쌓이면서 160여편의 조각글이 모아졌고, 안씨가 소속된 대구FC 후원단체인 ‘엔젤클럽’의 권유로 최근 한편의 책으로 만들었다. 책 제목은 ‘축구는 대구다 대구는 엔젤이다’. 지난 18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안씨의 사무실을 찾아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책 첫 페이지에서 “한때 ‘야생야사’(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축구에 빠져 산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어린시절 꿈이 야구선수였다. 청도가 고향인데 중학교 시절 고교야구를 보기 위해 혼자 버스와 기차를 타고 먼 거리를 다녔다. 대학시절에는 야구동아리까지 만들었다. 내가 대구지역 사회인야구 1세대다. 정말 39세까지는 완전히 야구에만 미쳐 살았다. 아들들도 야구선수를 시키려 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어깨부상을 입고 야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건강관리를 위해 다른 운동을 찾아보다가 축구를 접하게 됐고 푹 빠지게 됐다.”

▶책의 근간은 2016년부터 쓰기 시작한 대구FC 리뷰와 프리뷰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5년쯤 건축계 지인을 통해 엔젤클럽 가입을 권유받았다. 후원도 후원이지만 엔젤클럽 설립 목적이 ‘축구장 찾기’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볼 거냐 할 거냐’ 물으면 백에 백은 ‘한다’고 답한다. 당시 나는 조기축구에 빠져 있었는데 대구FC와 날짜가 겹치면 당연히 조기축구를 하러 갔다. 그러다가 엔젤클럽 회원이 50명 정도 모이면서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톡방에 별 내용이 올라오지 않으니까 자꾸 나가더라. 기왕 엔젤클럽에 가입했는데 커뮤니티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뭘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대구FC 관련 모임이니 팀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구FC 경기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아예 관심이 없는 이들을 위해 내가 직접 관전하고 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응이 처음부터 꽤 좋았고, 점점 응원하는 분이 많아지면서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처음에는 리뷰 형식으로 쓰다가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서 프리뷰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내가 누구보다 대구FC에 빠져서 ‘볼 거냐 할 거냐’라고 물으면 무조건 ‘본다’고 답한다.”


야구 마니아로 대구 사회인야구 1세대
어깨다쳐 다른 운동 찾다 축구에 빠져

관전평 반응 좋아 프리뷰까지 쓰게 돼
작가들 책 보며 깔끔히 글쓰는법 익혀
공대 출신 선입견 깨고 지인들 응원도

직접 기록지 써가며 선수별 철저 분석
골프 즐기는 날에도 경기는 꼭 챙겨봐
주목한 김선민·김대원 맹활약 못 잊어


▶‘공대 출신에 건축쟁이’라면 글과는 다소 멀어보인다. 그것도 남들 앞에 내놓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 선입견이 있다. 공대 출신에 건축쟁이라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걸로 안다. 근데 나는 어릴 때부터 글에 소질이 꽤 있었던 거 같다. 학창시절과 군시절에는 연애편지를 대필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독자 앞에 내놓는 글인데 소질만으로 되겠는가. 나도 작가들의 책을 찾아보면서 글 잘 쓰는 법을 익혀나가고 있다. 김훈과 유시민 작가처럼 조사를 붙이지 않고 단문으로 깔끔히 쓰는 법을 익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입견도 사라져가더라. 주변 지인 중에 국문학과 출신이나 언론계 종사자도 좋은 글을 쓴다며 응원해준다.”

▶리뷰는 경기를 보고 결과를 쓰면 되는 것이지만, 프리뷰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일이 꼼꼼해야 해서 그런지 분석도 철두철미하게 하는 편이다. (설계도 뒷면을 펼쳐보이며) 이처럼 설계도 뒷면에 직접 기록지를 작성해서 대구FC의 경기를 분석한다. 선수별로 주전으로 뛴 날을 체크하고, 그 선수가 뛴 날에 승패여부를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조현우와 세징야, 김대원 등이 동반 출전했을 경우의 승률이나 득점률, 실점률 등을 계산할 수 있다. 그래서 프리뷰를 통해 ‘어떤 어떤 선수의 출장이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상대전적에서 어떤 어떤 점이 좋았다’는 분석을 내놓을 수 있다. 나만의 소스다. 기본적으로는 대구FC의 경기를 다 봐야 한다. 경기장을 찾을 때는 기자석에 앉아 분석하면서 축구를 본다. 주말에 만약 골프장에 가도 휴대폰으로 축구경기를 틀어놓고 골프를 즐긴다.”

▶언론을 통해 기고를 시작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고.

“선수들의 이름을 반드시 적어주려고 했다. 사실 나 역시 대구FC 경기를 그전에는 전혀 보지 않았다. 지금은 정말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2016년만 해도 대구FC 관련 기사가 거의 나오지도 않았다. 경기기사가 나와도 선수 이름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그냥 ‘대구FC가 이겼다’ 정도의 내용만 있었다. 나는 우리 자식들에게 운동을 시켜봐서 운동선수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 부모들이 하는 게 인터넷을 통해 아들과 관련된 기사가 한줄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근데 선수 이름이 없는 기사들만 있다보니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글에 선수 이름을 반드시 넣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모들이 자식의 경기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신경썼다. 경기마다 관중수도 기록했다. 관중수가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대구FC 경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대구FC의 많은 팬들이 지난해 FA컵 우승 순간을 기억한다고 하더라. 나는 좀 다르다. 내가 프리뷰를 하면서 관심 깊게 지켜본 루키들이 내 예상대로 잘해주는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군복무 중인 김선민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한번은 U-20팀의 이강인 못지않은 패스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찌르는 경기를 펼쳤는데 특히 그 경기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김대원도 인상 깊게 지켜봤었는데 벤치에만 앉아있다가 지난해 후반부엔 강원과의 경기에 주전으로 나와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2골을 넣었는데 잊을 수가 없다.”

▶어떤 이들은 “그냥 축구를 즐겨 보기만 하면 될 텐데 왜 힘들게 분석까지 하냐”라며 안타까워한다.

“시작할 때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분석하면서 보니까 축구가 더 재미있었다. 글쓰는 게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출장가거나 할 때 전화기 메모기능을 이용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글을 쓴다. 이를 종합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올시즌 대구FC가 리그에서 어떤 성과를 낼 것 같은가.

“3~4위는 할 것 같은데 기왕 3위를 하면 좋겠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예비고사를 치른 만큼 내년에 ACL에 출전해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기대감에서다. 대구FC가 스쿼드 보강을 해줬으면 한다.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진에 수준급 선수 1명씩만 보강해주면 좋겠다. 아울러 구단이 선수들의 동향을 잘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나간 다리오도 어떻게 나갔는지도 모르고 그냥 나갔다는 소식만 전해 들어서 아쉬웠다. 아무튼 대구FC의 선전을 기원한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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