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내면의 기쁨과 만족이 있으면 작은 일에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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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6   |  발행일 2019-07-26 제38면   |  수정 2019-07-26
‘이키가이’ (켄 모기 지음, 밝은 세상·188면·2018·1만3천원)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내면의 기쁨과 만족이 있으면 작은 일에도 행복하다

저자 켄 모기는 도쿄대 이학부와 법학부를 졸업하고 물리학 박사를 받은 사람으로, 뇌과학을 연구하며 1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키가이는 일본어로 ‘인생의 즐거움과 보람’을 뜻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삶(生)’이라는 단어와 ‘보람(甲斐)’이라는 단어로 이뤄졌다.

일본 사람은 좀 특별한 민족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사소한 일에도 인생을 걸고 철저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이유도 이키가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키가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답한 사람보다 장수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키가이가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나에게 가장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건 무엇인가’ ‘나에게 큰 기쁨을 주는 작은 일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무언가를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키가이를 가진 것이다.

일과 자아의 관계에서 볼 때 일본인의 태도는 독특하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근로조건이 완벽하지 않아도 은퇴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보상이나 인정을 바라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기’는 기쁨에 젖어드는 마음의 특별한 상태로서 이키가이 개념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내면의 기쁨과 만족이 있으면 작은 일에도 행복하다

저자는 이와 관련된 놀라운 예를 든다. 언젠가 유명한 일본 궁내청 가가쿠(궁중음악) 악사 도기 히데키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나라시대(710~794)부터 1천300년 동안 대대로 가가쿠를 연주해 온 도기 가문 출신이었다. 저자가 그 음악을 대체 누가 듣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관객이 한 사람도 없는 고요한 왕궁에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주로 늦은 밤에 연주를 하죠. 가끔 돌아가신 선왕의 영혼이 하늘에서 내려와 머물면서 음악을 즐기고 돌아가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 등에 식은 땀이 돋았다.

들어주는 관객이 아무도 없더라도 연주를 하라. 봐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림을 그려라. 읽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글을 써라. 내면의 기쁨과 만족이 있다면 당신은 계속 살아갈 에너지를 얻게 된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도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당신은 ‘현재에 충실하기’의 주인이 된다. 만약 운 좋게 누군가가 알아준다면 그것은 ‘덤’이다.

일본에는 오래된 가업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토의 이케보노 가문은 1462년부터 가업으로 꿋꿋이를 해왔다.

센 가문은 시조인 센노리큐가 1591년에 사망한 이후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도(茶道)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일본 토착 종교인 신도(神道)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세신궁은 미에현에 위치한 5천500㏊의 광대한 숲속에 있다. 이세신궁의 가장 큰 특징은 20년에 한 번씩 바로 옆 부지에 새로운 목재를 사용해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짓고, 원래 있던 건물은 철거한다. 현재 사용하는 건물은 2013년에 다시 지었으니까 2033년에 개축한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신사 건축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것도 이키가이 정신이 없다면 계속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이키가이는 승자만이 독식하는 건 아니다. 이키가이는 승패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허락된다. 이키가이로 내면을 무장하면 승자와 패자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만족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은 일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취미생활은 이키가이의 작은 들에서 발견하는 기쁨에 몰두하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과 기쁨을 얻는다면 이키가이를 느끼는 활동으로는 만족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수확해 먹을 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얻는 만족감과 같은 것이다.

이키가이를 갖게 되면 두려울 것도 남부러울 것도 없이 행복하다. 요는 자기만의 이키가이를 발견하였는가, 발견하지 못하였는가가 문제다. 대학에서 퇴직 후 최근의 나는 도서관에서 사람들과 함께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어가는 것이 이키가이처럼 느껴진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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