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폴로 11호와 대구의 미래 먹거리

  • 임훈
  • |
  • 입력 2019-11-21   |  발행일 2019-11-21 제30면   |  수정 2019-11-21
[취재수첩] 아폴로 11호와 대구의 미래 먹거리
임훈기자 <경제부>

최근 라디오에서 미국 달탐사선 아폴로 11호 선장인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지 50주년이 됐다는 예기를 듣고 초등학생 시절 은사님이 떠올랐다. 당시 선생님은 “너희들이 자라 어른이 됐을 때는 달나라로 여행을 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또 ‘미래에는 알약 한알을 먹으면 밥을 안먹어도 될 것이다’ ‘사람 없이 자동으로 운행되는 자동차가 나올 것이다’ 등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울고 갈 만한 미래 예측을 우리들에게 내놓으셨다. 선생님의 또다른 미래 예측도 기억이 난다. “30년 후에는 석유가 고갈될 터이니,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그 주장을 펼친지 이미 30년이 넘었지만 석유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으며, 원유생산량의 경우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선생님의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젊은 부호 일론 머스크는 민간 우주개발업체인 ‘스페이스 엑스’를 만들었고,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우주여행 회사 ‘버진 갈락틱’을 세우고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려 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 엑스가 최근 실험에 성공한 우주선, ‘팰컨 헤비’에 장착된 재활용 발사체의 발사 및 착륙장면을 보면 ‘경이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한 번 쓰고 버려야 했던 로켓이 우주의 경계까지 올라갔다 지상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기자는 취재 중 우주개발 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신기술을 접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자율주행차다. 기자는 지난달 대구시 수성구 수성알파시티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차에 탑승했다. 1996년 개봉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데몰리션맨’에 나왔던 유선형의 자율주행차를 생각했지만, 현실은 직육면체 형태의 셔틀버스용 박스카였다. 미래지향적 느낌의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차량에 장착된 각종 센서류에서는 ‘첨단’의 느낌이 묻어났다. 아직까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연구개발 단계인 탓인지, 주행감이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 신산업에 꾸준히 투자한 대구시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인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구 도심의 일부 도로에서도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다.

대구시는 자율주행차 등 전기차 외에 수소생태계 구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얼마 전 기자는 지역 에너지기업 관계자로부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대구에 수소버스용 수소충전소가 생길 것이란 말을 들었다. 대구에는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이 많아 대구시의 수소생태계 구축은 지역 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수소자동차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하면서 더욱 그렇다.

대구시는 또한 한국가스공사가 준비 중인 ‘수소콤플렉스’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소콤플렉스 구축사업은 한국가스공사의 미래 핵심프로젝트로. 수소연구센터·수소유통센터 등 수소 관련 인프라를 한 곳에 집적시키는 사업이다. 대구에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있기에 대구시가 수소콤플렉스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대구와 경쟁 구도에 있는 타 지역도 만만치 않다. 울산, 창원 등지에서는 이미 수소충전소는 물론 수소자동차가 운행 중에 있다. 대구시민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대구시의 적극적 행보가 절실한 때이다.임훈기자 <경제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