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러브 앳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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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9   |  발행일 2019-11-29 제42면   |  수정 2019-11-29
곁에 있어 몰랐던 소중함…시간을 돌릴 수 있을까
[금주의 영화] 러브 앳

만약 아내가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부부였다는 사실을 나만 인지할 뿐 마주친 적도, 사귄 적도 없는 완벽한 남이 된다면. 영화 ‘러브 앳’은 평행세계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빌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상상의 나래를 편다.

학창 시절 첫눈에 반한 올리비아(조세핀 자피)와 결혼에 성공한 라파엘(프랑수아 시빌). 습작처럼 써온 SF소설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라파엘은 인기와 명성에 취해 차츰 올리비아를 소홀히 대하게 되고 결국 그녀와 심한 말다툼을 벌인다. 이후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라파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화려한 삶은 온데간데없고 중학교 문학 교사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심지어 유명 피아니스트가 된 올리비아는 남편의 존재를 아예 모른 채 결혼을 약속한 다른 남자가 있다. 라파엘은 깨닫는다. 이제까지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평행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을. 라파엘은 평행세계로 오게 된 원인이 올리비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다시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러브 앳’은 시간을 돌려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라파엘의 고군분투를 무겁지 않은 판타지 로맨스로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가 수단과 장치로써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은 시간 이동에 천착해왔던 기존 판타지 로맨스 영화와는 차별된다. 평행세계라는 초자연적 소재를 빌려왔지만 이를 거창하게 SF 장치로 활용하기보다는 운명같은 사랑을 재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삼았다.

평행세계에서 남이 되어 만난 부부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서로 첫눈에 반해 10년 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온 두 사람이지만 평행세계에선 오직 라파엘만이 올리비아와 부부였다는 사실을 인지할 뿐이다. 그가 왜 평행세계에 들어왔는지 그 이유와 과정은 알 수 없다. 그 말은 다시 돌아갈 방법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모든 상황을 되돌리든, 아니면 지금의 삶으로 계속 살아가든 온전히 라파엘의 몫이다. 영화는 라파엘의 소소한 일상을 중심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은 누구이며, 상대방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지를 가볍지 않게 환기시킨다. 다소 식상함이 느껴지는 로맨스 영화의 단골 주제임에도 세련된 감성이 전해진다. 극 후반부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라파엘의 메모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프랑스 차세대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수아 시빌과 조세핀 자피가 주연을 맡았다. (장르:로맨스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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