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폭행·몰카 판결, 왜곡된 性가치관 바꾸는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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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  발행일 2019-12-02 제31면   |  수정 2020-09-08

여성을 성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정준영·최종훈이 지난달 29일 각각 징역 6년, 5년을 선고받았다. 정준영의 1심 선고 전날인 지난달 28일에도 대구에서 비슷한 선고가 있었다. 피의자는 월 수천만 원을 넘게 버는 스타강사 A씨(37)였는데 불법촬영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은 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성을 자신의 집에 두고 출근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그의 컴퓨터를 켰다가 불법 촬영물을 발견한 것. 그야말로 대구가 발칵 뒤집힐만한 사건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한층 커졌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는 성범죄를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성폭력 관련 범죄에 대한 한국 법원의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 검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적정한가에 대해서 되짚어보게 한다. 고(故) 구하라는 본인 동의 없이 촬영된 동영상으로 전 연인 최종범에게 협박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로부터 명시적 동의는 받지 않았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최종범에게 불법 촬영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성계 등에서는 현재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신체에 직접적으로 성폭력이 가해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불법 촬영물을 찍고 공유하는 등의 행위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형태로 성폭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처벌이 현재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법정형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대구 스타강사 판결과 관련해 “실형 선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면서 “피고인들이 선고받은 형량은 결코 무거운 수준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의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성 가치관 확립을 위해 학교내 청소년 성교육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대중문화와 포르노그래피 등의 상업적 영상물이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장난스러운 놀이처럼 각인시키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를 고려한 성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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