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대구 최고령아파트와 보낸 2년 ‘전시로 남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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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21면   |  수정 2019-12-06
재개발로 사라질 운명 동인시영아파트
지역예술가, 주민과 함께 다양한 작업
8일까지 봉산문화회관서 ‘東仁同人’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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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동인아파트에서 열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손영득 작 ‘흔적은 벗겨지지 않는다’(오른쪽) <'東仁同人' 제공>

1969년 건립된 대구의 현존 최고령 아파트 동인시영아파트. 대구에선 처음으로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됐으며 계단을 대신하는 나선형 경사로도 있다. 준공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참석했는가 하면 최고급 아파트를 구경하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5개동 270가구의 입주민 대부분이 기초수급자인 고령의 노인들로 이들은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았다. 2020년 2월이면 재개발이 이뤄져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이 아파트로 2018년 지역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동인아파트를 소재로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미술작업을 했으며 건물 파사드와 인형극 공연도 펼쳤다. 사라질 아파트를 직접 가꾸고 빈집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가 하면 이곳에서 살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아파트와 함께 한 2년의 시간을 기록한 아카이브전 ‘동인동인 東仁同人- linked’이 8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멀티미디어아트그룹 ‘로컬 포스트 동인동인'(대표 김미련 작가)는 재개발로 사라지게 되는 동인아파트의 예술적 기록을 위해 결성된 단체다. 28명의 예술가들은 지난 2년간 재개발에 따른 변화와 건축물이 지닌 상징성과 역사성을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냈다. 독일에서 온 3명의 미디어아티스트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공간에 대한 탐사와 도시와 삶, 예술의 관계를 모색했다.

조경희 작가는 ‘동인아파트 게스트하우스(5동 37호) '동인아파트에서 하룻밤 잠자기'라는 제목으로 1일 숙박 체험을 사진과 기록으로 SNS에 해시태그로 공유하는 퍼포먼스를 실시했으며 권수정·정승원 작가는 동인아파트 주민들의 일상을 텍스트 몽타주와 일러스트레이트로 그려냈다. 서분순 르포르타주 작가는 유년시절 살았던 이곳에서 지난 일 년 거주하면서 기록한 삶을 보여주며,다니엘 데륵. 배윤정. 오정향.허병찬. 손영득 작가는 동인아파트 외벽에 프로젝션 맵핑으로 삶을 기록했다. 37도 정크아트 협동조합과 민승준 작가는 ‘백로와 동인그루터기 인형극’을 선보였다. ‘동인동인 東仁同人- linked’전은 이같은 지난 2년간 진행된 일련의 프로젝트 전 과정을 기록하여 포토에세이, 일러스트책, 시집, 영상, 사진, 설치의 형태로 선보이는 아카이브전시다.

김미련 대표는 “대구 원도심의 한복판에서 섬처럼 존재하는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동인동인東仁同人’ 예술프로젝트는 삶의 태도와 호흡을 기록하며 삶은 결코 철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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