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AI비위 맞추기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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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9   |  발행일 2019-12-09 제31면   |  수정 2019-12-09

로봇과 AI(인공지능)의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사전에 입력된 논리회로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은 산업현장과 위험지역 구제를 넘어 정밀작업을 하는 의료현장까지 활용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를 자동 학습하여 상황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AI는 활용분야가 안면 인식과 통역, 작곡, 스포츠 전략 수립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미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이제 AI로 작동되는 자율 로봇시대도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로봇과 AI가 인간의 감정이나 이성의 영역으로 들어올 때 상호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로봇과 AI가 야구 심판이나 기업의 입사시험 면접관이 되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7월11일 미국의 독립야구리그인 애틀랜틱리그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로봇 심판이 등장했다. 판정은 포수 뒤에 팔다리가 달린 로봇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를 장착한 로봇이 야구공의 움직임을 추적해 투수의 볼을 판단해 주심에게 이어폰으로 전달해준다. 그러면 주심이 스트라이크나 볼을 선언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판정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틀째 경기에서 탈이 났다. 한 팀의 투수코치가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코치는 나중에 트위터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기업 입사시험에도 AI 면접이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AI 면접을 도입한 기업이 150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도입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시행된 블라인드 채용법을 위반하지 않고, 외모와 학벌에 대한 선입견 없이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과 순발력, 성격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일부 기업은 참고용으로 활용하지만 어떤 기업은 AI 면접 반영비율이 40%를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에는 AI 면접 요령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훈련과 컨설팅 비용도 만만찮다. 돈이 없는 취업준비생은 간이 AI 면접 프로그램을 사서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연습을 한다고 한다. 로봇이 인간과 마찰을 빚고, AI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돈과 열정을 투입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들이 인간의 영역으로 침범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인간이 로봇과 AI에 절절 매는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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