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10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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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42면   |  수정 2019-12-13
10년후 일어날 수 있는 다섯개의 시선
[금주의 영화] 10년

“당신의 선택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7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안락사를 권유하는 국가 제도 ‘플랜 75’의 담당공무원 이타미(가와구치 사토루)는 “고통이나 통증은 없다”는 말로 노인들을 설득 중이다. 대상자 대부분은 오래 사는 걸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저소득층이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다. 이들은 “고령자의 수를 줄이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르기로 하고, 여생을 돈과 맞바꾸기로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제작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 ‘10년’ 중 처음에 등장하는 ‘플랜 75’다. ‘10년’은 글로벌 프로젝트 ‘10년’의 일본판으로, 2015년 제작된 홍콩의 ‘10년’을 시작으로 태국과 대만에서도 제작된 바 있다. 고령화 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담은 ‘플랜 75’를 포함, 신예 감독 5명이 10년 뒤 일본의 모습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그들의 다양한 시각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단편들을 한데 묶었다. 배경은 일본이지만 고령화, 디지털 사회, 환경오염, 전쟁 등 인류 앞에 놓인 공통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인류 미래 보고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플랜 75’에 이어지는 ‘장난꾸러기 동맹’은 AI 프로그램 ‘프로미스’를 통해 아이들을 제어하는 세계를 다룬다. 국가 전략으로 IT 특구가 된 어느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인공 지능 시스템 ‘프로미스’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된다. 수업 중에 교실 밖을 벗어나거나, 친구들과 싸울 때 강력한 경고음이 아이들 한쪽 눈 옆에 부착한 기구를 통해 전달된다. 그렇게 아이들은 AI에 의한 효율적인 미래 예측과 획일적인 도덕 교육에 따라야 하는 세상 속에 살아간다.

‘데이터’는 엄마가 남긴 디지털 유산을 아빠 몰래 본 뒤 엄마의 비밀을 좇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록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는 방사능 오염을 피해 지하 세계에 사는 소녀가 지상 세계에 호기심을 품는 내용이며, ‘아름다운 나라’는 징병제 홍보 포스터를 통해 전쟁이 일상화한 사회 모습을 비춘다. 5편 모두 밝지 않은 미래를 담고 있지만, 언젠가는 마주할 인류의 모습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감성어린 시선과 신예 감독들의 개성있고 참신한 세계관이 제대로 어우러진 작품이다.(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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