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블랙홀에 원도심 쇠퇴…공동운명체 모색해야"

  • 피재윤
  • |
  • 입력 2020-01-04 07:30  |  수정 2020-01-04 09:59  |  발행일 2020-01-04 제5면
신도청시대 4년 '행정통합론' 솔솔
도청 중심으로 안동·예천 통합땐
인구쏠림 등 문제 한꺼번에 해결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하기 앞서
이철우 도지사 용단 필요 목소리
행안부에 국민투표 요청 대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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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읍전경1
안동·예천 통합 문제는 경북도청 유치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도청신도시가 안동·예천 구도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자 행정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도청신도시, 안동시, 예천군 시가지 모습. 〈경북도개발공사·안동시·예천군 제공〉

'지역을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 것인가.' 이는 모든 지역 정치인과 주민의 고민이자 숙명적 과제다. 경북도청의 안동·예천 이전은 기존의 포항·구미 양극 발전축을 트라이앵글 축으로 바꾸고, 낙후한 북부지역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북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도청 이전이 오히려 갈등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도청신도시가 안동·예천의 인구와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 이 같은 기형적인 발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행정통합을 통해 단일화된 거시적·체계적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동운명체냐? 갈등운명체냐?

현재 경북도청은 안동에, 도청신도시 주거지역은 예천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안동과 예천은 세계적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양 도시가 상생협력해 나간다면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안동)과 회룡포(예천)를 연결시켜 브랜드를 공동으로 개발할 경우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청소재지로서 역할은 물론 여러 측면에서 공동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지역사회는 경북도가 신도시 주변만 활성화하면 모든 것이 다 될 것처럼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동·예천 원도심이 서서히 쇠퇴하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도청신도시의 강한 흡입력이다. 실제 안동의 경우 신도시 조성 후 1만명 가까운 인구가 신도시로 이주했고, 예천 원도심 상권도 상당수가 신도시 주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안동·예천의 원도심이 폐허가 되고 결국 어려운 처지가 됐을 때 모든 짐은 도청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김휘동 전 안동시장은 "도청이 새로운 소재지에 집을 옮겨 놓고 기존에 있는 것을 모두 무너뜨리는 것 같다. 도청이 해야 할 역할은 아니다"며 "원도심이 다 빠져나가고, 돈도 다 빠져나가는데 도청 주변만 활성화하면 분명 원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상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도청이 안동과 예천의 본거지를 망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김 전 시장은 "도지사는 지역을 균형발전시키고 함께 가야 할 책무를 갖고 있고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도청이 중심을 잡아 안동과 예천을 아우르고 전체적으로 같은 생각과 한마음 한뜻이 되는 체제를 갖춰야 공동운명체로 가는 길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청신도시·안동·예천 행정통합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해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대구경북행정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최근 도정 성과 브리핑에서도 대구경북의 통합과 상생은 문화관광 및 경제 통합을 넘어 최종적으로 행정통합으로 가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행정통합의 최적기를 2년 후인 2022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급하다 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양새다.

반면 대구지역 여론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큰 틀에선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자는 여론이 우세하다. 또 이 도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의 당위성을 도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당장 안동·예천 통합 등 경북도 앞에 놓인 숙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논한다는 것에 대해 일부 지역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도청신도시, 안동·예천은 상호 공동운명체로 화합할 것인지, 아니면 갈등의 존재로 존치될 것인지 기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김휘동 전 시장은 "도청신도시의 경우 대다수 기관과 학교는 안동 풍천면에, 주거지는 예천 호명면에 조성돼 있다"면서 "당장 초·중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예천학생이냐 안동학생이냐는 정체성 문제부터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인구가 줄어 앞으로 세 지역 갈등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인구 자연감소가 계속되고 있는데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도청신도시·안동·예천을 통합해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며 3자 통합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안동과 예천은 이미 지방행정체제개편법상 통합지구로 지정돼 있다. 도청을 중심으로 안동·예천을 통합하면 인구 문제나 여러 가지 불협화음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행정통합 가능성과 방법은

안동·예천 통합문제는 도청 유치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다. 하지만 안동과 예천 주민 상당수는 어차피 양 지역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선출직 정치인마저도 통합하자는 인식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안동지역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경북도가 해야 할 역할이 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아니라 안동·예천 통합이 우선이다. 도지사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통합의 구체적 방법으로 주민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국민투표'를 제시했다. 안동과 예천 각각 유권자 3분의 1 투표로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된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민투표를 요청할 수도 있다.

김휘동 전 시장은 "도청소재지에 수많은 기관이 있다. 우선 도청소재지부터 살려야 한다. 3자가 집중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인구 문제 대응책도 나올 것"이라며 "공동으로 함께 모색했을 때 그야말로 명실공히 도청소재지로서의 공동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국민투표 이후 통합시(市)의 명칭, 통합시 청사, 통합시의 여러 가지 현안 등도 협의할 수 있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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