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TK발 유쾌한 보수혁명을 기대한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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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7   |  발행일 2020-01-17 제23면   |  수정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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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정치평론가

대한민국이 역주행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무엇 하나 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 없다. 외교·안보에서는 전통적인 미·일 우호동맹 축이 흔들리고 북·중·러와의 화해 축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한국은 '동북아의 외톨이'가 되었다. 평양으로부터 '설레발' '바보'라는 모욕적 언사를 들어도 대통령은 오매불망 대북협력을 노래한다. 경제는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의 초입 단계에 들어와 있고,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초로 1.0 밑으로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사회는 극심한 국론분열로 홍역을 앓고 있다. 양극화는 경제영역을 넘어 정치·사회 분야로 퍼지면서 '총체적 양극화'로 확장되었다. '1·8 검찰 대학살'은 무도한 정치권력이 '법의 지배'라는 민주공화국의 신성한 가치를 얼마든지 유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역주행 대한민국'이다.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에는 보수의 책임도 크다. 전임 정권의 자멸로 인한 반사이득으로 정권을 잡다 보니 이 정권은 권력에 대한 경외감이나 절제력이 없다. 어느 것 하나 잘한 것이 없는데, '야당복(福)'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현상 덕택으로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문재인정권은 반사이득으로 정권을 잡고 야당복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운십기영(運十技零)' 정권이다. 그들은 권력에 취해 자신들이 정의롭고 유능하기 때문에 국가경영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우월감에 젖어 보수에 대한 노골적 능멸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대통령 시절 한국의 정치판이 보수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탄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렸다.

대구경북은 이 참담한 현실에 통렬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구경북은 더는 보수의 성지(聖地)가 아니다. 대구경북은 보수 폭망의 진원지다. 재작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해서 보수 본류(本流)를 자처해서도 안 된다. 부산·울산·경남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가면서 대구경북은 보수의 외딴 섬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진정한 보수는 남 탓만 하지 않는다. 내면의 성찰을 통해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낸다. 보수의 재집권은 와신(臥薪)과 상담(嘗膽)의 복수심이 아니라 성찰의 결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의 역사가 발전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지역 정치인들에게서 희생과 헌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까지 자유한국당 12명 현역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TK출신은 한 명도 없다. "지금 한국당으로는 절대 안 된다"며 보수통합과 물갈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데도 '영감님'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황교안 대표의 통합노력에 딴지를 거는 것도 이들이다. 결과는 "찍을라케도 그카는데 찍겠나"하는 민심의 폭발이 될 것이다. 특히 대구 유권자의 25%가 넘는 2030층의 탈(脫)보수 성향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지역민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 한다. 청년·여성·4차산업혁명 인재 등을 내세워 전폭적 물갈이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고리타분, 꼰대 등 TK의 부정적 이미지를 말끔히 털어내고 전국적 정치개혁을 선도할 수 있다. TK의 솔선수범은 중도보수대연합 결성의 강력한 촉진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로 포착되지 않지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마그마 민심'을 분출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TK는 보수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다. TK 발 유쾌한 보수혁명을 고대한다.신지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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