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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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  발행일 2020-01-20 제18면   |  수정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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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대경예임회에선 경주 남산의 용장골계곡과 옥산서원을 탐방하였습니다. 경주 남산의 용장골은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쓴 용장사지가 있는 곳입니다.

'조그마한 집에 돗자리 깔았더니 방안은 따스하고/ 막 떠오른 달빛에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네./ 등불 켜고 긴긴 밤을 향 사르며 앉아/ 세상에 없던 새로운 책을 썼노라.…'며 금오신화를 다 쓴 심정을 시로 읊었습니다. 김시습은 깊은 밤 금오봉 소나무 창 아래 작은 방에 단정히 앉았습니다. 향로에 향을 꽂고 정갈한 책상에 앉아서 풍류 넘치는 진기한 이야기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그렇게 썼습니다.

김시습은 글 읽을 적에는 '이치를 따지는 일 내 스승 삼고, 세상 보는 법을 옳게 배울 일, 캐묻고 따질 일 생각나거든, 그때마다 주위 사람과 문답 벌여 의심 풀게나' 하였습니다. 주위 사람은 모두 벗이 됩니다. 즐겁게 문답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 구절 반 구절 기억한다면 있는 힘껏 실천하며 그 길을 좇으라 하였습니다. 공부는 꼼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밝은 길을 가면 그것은 결코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공부는…, 밝은 길…'을 읊조리며 남산의 고위봉에 올랐습니다. 멀리 옥산서원 쪽을 바라다보았습니다.

옥산서원 정문은 '역락문(亦樂門)'입니다. 역락(亦樂)은 논어에 '유붕이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따온 말입니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의 뜻입니다. 옥산서원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겁게 맞이한다는 의미이지 싶습니다. 안동의 도산서원에도 '역락서재(亦樂書齋)'가 있습니다. 옛날의 선비들은 누구든 찾아오는 것을 반기고 맞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김시습도 벗과 함께 문답하라고 했습니다.

옥산서원 구인당에는 김정희, 이산해, 한석봉의 글씨를 볼 수 있습니다. 회재 이언적의 구인록에서 취한 구인(求仁)은 '어짊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독락당으로 가는 냇가 바위에 새겨진 '세심대(洗心臺)' 글씨는 퇴계의 글씨라고 합니다. 옥산서원 곳곳에는 명필가의 글씨가 많아 마음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이영환 원장의 안내로 '옥산서원유물관'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엔 영남 유림의 만인소, 정조대왕의 '속혹문(續或問)' 어제 책, 국보지정 삼국사(三國史)가 있었습니다. 많은 책들 가운데 이언적이 읽었을 사서삼경은 책의 귀퉁이가 다 닳고 낡았습니다.

공자가 주역 책을 열심히 읽어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이 생각났습니다. 김시습과 이언적의 공부 방법은 꼼꼼하게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벗이 있어 함께 문답하고 즐거워한 것입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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