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두시간 관람 "병원 같았던 공연장"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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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3   |  발행일 2020-02-03 제23면   |  수정 2020-02-03
<르포〉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 '지역 공연장 풍경'
달서구민과 함께하는 신년음악회 열려
관객 대부분 마스크 착용하고 나타나
로비 곳곳엔 손세정제·열화상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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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신년음악회가 열린 웃는얼굴아트센터 공연장 입구에서 보건소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저녁 대구시 달서구 웃는얼굴아트센터 공연장. 공연장 유리벽 밖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는 마치 공연장이 아니라 병원 같았다. 공연장 안에는 주최 측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달서구민과 함께하는 신년 음악회'가 열렸다. 공연 며칠 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 뉴스가 이어지면서, 이날 공연 진행 여부도 관심사였다.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은 실제 연기나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지만, 이날 신년 음악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30분이 다가오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장 입구는 병원 중환자실 입구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모습이었다. 공연장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미리 마스크를 착용하고 왔지만, 미처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하고 공연장에 온 이들은 입구에서 마스크를 받았다. 손세정제와 '감염병 예방수칙' 팻말도 비치 됐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관문을 넘어서니, 보건소 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공연장을 찾는 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었다. 적정 체온 이상 관람객이 발견되면 알림음이 울리게 돼 있었지만, 알림음이 울릴 정도의 이상 체온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포토월 앞에서는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기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람객들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430여명의 관람객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중 지휘자가 관람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연장을 찾아주신 만큼, 더욱 박수 많이 치고 공연을 즐겨달라"고 말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다소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중간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관람한 공연'은 두 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일각에선 이날 공연을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한 달서구민은 "왜 굳이 이런 시기에 공연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밀폐된 장소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연은 안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만난 또 다른 달서구민은 "평소 오케스트라 공연을 좋아해서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공연장에 왔다"며 "표를 예약한 성인들이 찾는 공연은 주최 측과 관람객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아직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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