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에 뜨거운 '커피情'·고향 대구 응원 스타…바이러스 잡는 '행복 백신'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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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6   |  발행일 2020-03-06 제34면   |  수정 2020-03-06
■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만들어가는 희망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커피를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들은 대구시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까지 달려와 준 타 지역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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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현준 대표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보낼 희망 메시지가 담긴 캔커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위).김현준 대표가 의료진에게 보낼 커피를 만들기 전 카페에 준비해 놓은 빈 커피 캔.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현준 대표
선천적 장애 질환 의사 선생님 덕 극복
고생하는 의료진에 도움 주고 싶은 마음
직접만든 커피, 캔에 담아 희망 메시지
대구의료원·동산병원, 매일 50개 배달
바이러스보다 지역 편견 생길까 더 걱정


카페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김현준 대표는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의료원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의료진에게 매일 직접 만든 캔커피 50개를 배달하고 있다.

카페와 로스팅공장, 커피아카데미까지 운영 중인 김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종업원과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휴점까지 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집에 있는 동안 언론을 통해 의료진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무작정 대구의료원과 동산병원에 전화를 걸어 캔커피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매일 랜덤으로 한 곳에 캔커피 50개씩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쉬는 시간도 없을 것 같아 바로 드실 수 있는 캔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내게 됐다. 정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선천적 질환을 갖고 장애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어떤 질환인지도 몰라 모두가 오래 살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 분의 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그 의사 선생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었다. 그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코로나19 이후 그때 생각이 자주 나서 무작정 도울 길을 찾았다. 사실 도시락을 보내 드리고 싶었는데, 믿을 수 있는 아는 업체가 없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웃 사랑도 남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많지는 않았지만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했다. 휴점 후 후원은 엄두도 못 냈지만 김 대표는 이웃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대구맛집일보라는 곳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돕고 싶다며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돕고 싶습니다' '성금을 전달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긴 메시지를 보냈고, 대구맛집일보로부터 연락이 왔고, 성금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저로서는 바이러스가 두렵지 않다. 다만 장기화되는 것과 대구에 대한 편견이 두려울 뿐이다. 마음에 드는 것만 듣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바로 편견"이라며 "대구는 대한민국의 도시이자 대구시민 역시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는 지난 1일부터 다시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은 90%나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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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일락뜨락 1965' 권도훈 대표가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더치커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위).권도훈 대표가 동산병원으로 보내기 위해 직접 만든 더치커피가 카페 테이블에 놓여 있다.

'라일락뜨락 1965' 권도훈 대표
멀리서 봉사하러 온 외지 의료진 감사
더치커피 100인분·응원 문구 힘 보태
정이 많은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한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에서 의료진에게 캔커피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드립백 제작 업체에서 돕고 싶다며 대구편견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문구를 드립백에 인쇄해 필요한 곳에 1천 개 정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페 '라일락뜨락 1965' 권도훈 대표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있는 외지 의료진을 위해 직접 만든 더치커피와 함께 응원 문구까지 보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 타격을 받고 있는 권 대표는 "비록 카페 운영이 힘들지만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돕기 위해 대구에 온 의료진께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더치커피를 만들어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외지 의료진이 동산병원 장례식장을 숙소로 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먹먹했다. 그들이 흘리는 땀처럼 한 방울씩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내린 더치커피 100인분을 만들어 전했다"며 "또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도록 글을 써서 그들의 숙소인 장례식장에 붙여달라고 했다. 대구에 확진 환자가 많지만 대구는 정이 많은 도시라는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 했다.

특히 권 대표는 "산불을 잡을 때 맞불을 놓듯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행복백신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대구는 커피의 도시다. 앞으로 사랑의 커피 폭탄 던지기가 번져서 대구의 뜨거운 정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의료진을 위한 릴레이 커피 배달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빨리 코로나 강점기에 빼앗긴 봄을 되찾기를 희망한다"며 대구시민들의 슬기로운 극복을 기원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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