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극복을 위한 시인보호구역 희망릴레이 시작(詩作)] 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온다/ 이해리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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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7 12:47  |  수정 2020-03-18 07:56  |  발행일 2020-03-18 제21면
이해리
이해리

이물이라면 


반지 끼는 것조차 꺼리는 내가
달포 내 흰 마스크에 씌워져 살았다
숨 한 번 쉬는 것이 만상에게
죄스러운 나날들,
곤란한 호흡보다 자존심 상하는 건
대구가 폄하되는 일이었다
문 닫은 상점과 행인 없는 거리에
흉흉한 소문과 독한 공포만 굴러다녔지만
대구는, 대구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 옛날 국채보상운동과 2ㆍ28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대구다
분연히 일어설 때와 차분히 관조할 때를
분별하는 대구다
지조 있는 대구사람들
순순히 기다려서 오는 봄을 맞고 있다
신천동로 버드나무 파릇한 새싹을 내민다
매화꽃은 활짝 피었다
햇살의 참빗이 거리를 촘촘히 빗겨주고 있다
그 참빗질에 역병은 물러가고 아름다움으로 만연한 봄이 오리라
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온다
마음껏 쉬는 숨이 자연스런 자연으로 온다
대구에 봄이 오고있다 꽃이 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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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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