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경제레이더] 공포와 채권시장

  • 홍석천
  • |
  • 입력 2020-03-25 18:22  |  수정 2020-03-25 18:22  |  발행일 2020-03-28 제12면
김상훈

채권의 영문 명칭은 'Fixed-income'이다. 즉,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현 시점에서 수익을 고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채권은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이라 간주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때 이미 채권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OPEC+ 감산 합의 실패 및 치킨게임에 따른 유가 급락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의 재료들이 글로벌 국채 금리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5%대까지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전후로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과 더불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확산은 주요국 시장 금리를 급등시켰고, 채권과 주식의 동반 하락 장을 지속시켰다. 이론상의 역 상관관계가 깨진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우선 달러(현금)에 대한 급격한 수요 확대다. 이는 미국 은행간 자금시장에서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금리차이를 나타내는 'LIBOR-OIS 스프레드'와 미국 국채 3개월 수익률과 리보(LIBOR) 간의 차이를 'TED 스프레드', 미국의 MMF 순자산 등의 지표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향해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 경기 침체기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금 보유가 가장 안전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결국 채권에 대한 매도 현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춘절 연휴 기간을 연장하는 등 가장 먼저 공장 가동을 중지시켰고, 이동 경로를 봉쇄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생산 및 공급 과정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1~2월 생산/소비/투자 실물경제지표만 봐도 글로벌 경제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러스 확산 진정 기미를 아직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아무리 조업을 재개해도 수요를 뒷받침해줄 카운터파티가 없다면 경기 회복 시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유가 급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 주요 산유국은 감산은 커녕 증산을 통한 치킨게임에 들어갔다. 이에 국제유가는 2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국제유가 급락과 함께 신용등급 BBB 이하 하이일드 기업들의 도산 우려가 채권 펀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신흥국에서 에너지 섹터는 각각 10%와 15%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미국 셰일가스업체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유동성/신용 경색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자들의 투기등급 채권 매도로 이어져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참고로 BofA 글로벌 하이일드 인덱스 스프레드는 최근 3거래일 동안만 95bp 급등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국채 발행 부담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금 수요에 대한 대응과 코로나19에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관광/운송/항공 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각 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1~2조 달러 규모를, 한국 역시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확장재정의 재원은 결국 국채순증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 1차 추경 만으로 적자국채가 10.3조원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2차 추경 논의에 들어갔다. 일차적 재원인 세계잉여금과 한은잉여금은 이미 활용되어 추가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메꿔야만 한다. 이는 재정건전성 악화로도 연결된다.

현재 국채시장의 변동성은 이례적으로 확대됐다.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 연준은 긴급 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150bp 인하했고, 양적완화마저 재가동했다. 또한 CP 매입 등 2008년에 단행한 조치들을 빠르게 꺼내 들었다. 한국도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했고,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및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노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빠른 공조는 다행인 부분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킬수 없고, 유가 안정을 견인할 수 없다. 또한 실탄을 빠르게 써버렸기 때문에 추가 대응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수준에서 주식과 채권에 대한 바닥 베팅 인식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하이일드 업체 부실 우려가 완화되거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확인 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