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소상공인 긴급대출 기관마다 다른 자격조건...신청자들은 이곳저곳 헛걸음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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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1   |  발행일 2020-04-02 제3면   |  수정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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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 내부 모습.(영남일보 DB)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승준씨(51)는 매출감소를 견디다 못해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하다 속병이 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센터를 찾아 이틀을 기다려 상담을 받았지만 신용등급이 좋다는 이유로 시중은행 이차보전대출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시중은행 대출은 대출한도는 높지만 1년내 상환조건이어서 다시 소상공인센터로 돌아갔다. 그러자 소상공인센터 담당자는 다시 금액도 크고 대출기간도 길다며 기업은행 초저금리대출을 추천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업은행을 찾았지만 "대출기한은 1년이며, 연장은 지금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신용등급이 좋으면 대출금액이나 상환기한 조건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한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입맛에 맞는 대출자만 가려받는다는 생각에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부터 시행된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긴급경영자금 대출이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으로 대출창구를 다원화해 진행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대출신청자는 각 기관마다 다른 자격조건으로 인해 이곳저곳으로 내돌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상품은 크게 금융권 대출과 특례보증으로 나눌 수 있다. 대출지원으로는 시중은행의 이차보전대출과 기업은행 초저금리대출, 그리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접대출 등 세가지다. 또 특례보증은 각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진행한다.

금융권 대출 중 시중은행은 신용등급 1~3등급에 대출한도는 3천만원이지만 대출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연체나 2금융권 거래가 없는 고객이 1년간 목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은행 대출은 신용등급 1등급에서 6등급까지로 시중은행 대출보다는 탄력적이지만 금액에서 차이가 난다. 1~2등급은 3천만원, 3~4등급은 2천500만원, 5~6등급은 2천만원이며 대출기간은 8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확실한 것은 1년이다. 반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접 대출은 4등급 이하에게 1천500만원까지 가능하며, 3년 거치 4년 분할 상환이다.

금액은 시중은행이, 조건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가장 좋다. 기업은행은 두 대출간 교집합적인 성격이 강한 셈이다.

하지만 일선 금융권 상담자들은 신청자의 신용등급만 확인한 후 대출기관을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승준씨는 3천만원 정도의 자금을 저금리로 이용하고 싶지만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은 상환기간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센터는 금액이 부족하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이씨에게 이야기해 준 곳은 하나도 없다.

또 대출제한 요건도 여전해 대출수요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구에서 제조·유통업을 하는 이모씨의 경우 신용등급 4등급으로 기업은행에 긴급경영자금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기존 대출과는 상관없이 대출신청이 가능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갔지만 대구신용보증재단 보증대출이 있어 추가 대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보증대출 규모가 3천만원 수준이지만 지난해 매출 4억원이 넘는 데다 공장과 기계도 대출없이 구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대출 완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상황이 절박한 사람들은 이미 기존 대출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통찰력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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