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임성수
  • |
  • 입력 2020-04-24   |  발행일 2020-04-24 제38면   |  수정 2020-04-24
(에리카 라인 지음·웅진씽크빅·239면·2020.3·1만5천원)
물질적·정신적·디지털 잡동사니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2020042401000521900021172
]코로나19로 인해 소위 '집콕' 한지 두 달이 넘자 책 읽고 TV 보고 확진자의 수에 놀라는 생활에 그런대로 익숙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로감이 커져 견디기 어려울 때쯤 해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냈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열중하고, 쓸데없는 잡동사니들을 모으면서 시간을 낭비했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거창한 학벌을 가진 학자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주부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중요한 말을 적절히 잘 쓸 수 있는지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2020042401000521900021171
저자는 '미니멀 라이프' 즉, 일상생활에서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나와 어울리는 삶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왜' 그 일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핵심적 가치관을 말한다.

미니멀 리스트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쓸데없는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그렇다. 저자는 '쓸데없는 것들'에는 3가지의 유형이 있다고 말한다. '물질적 잡동사니'와 '정신적 잡동사니' '감정적 잡동사니'가 그것이다. 이러한 잡동사니들은 마련하거나 유지하는 데에 우리의 자원과 에너지에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 저자는 차근차근하게 이러한 잡동사니들을 하나씩 없애는 방법을 우리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잡동사니가 쌓이기 시작하면 불편한 느낌이 슬며시 밀려들어 안절부절못한다. 이것은 단순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다. 마음속 깊은 곳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고 그 가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나의 결정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것 때문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것이 내 가치관에 어울리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판단이 쉬워진다.

하루에 물건 하나씩을 버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잘 쓰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물건이 없을까? 기부하기 딱 좋은 물건을 발견할 때마다 기뻐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장과 옷장 그리고 냉장고를 보라. 몇십 년째 읽지 않는 책들과 입지 않는 옷들 그리고 먹지 않은 음식물들. 추억이 스며들어 있다는 핑계로 방치하는 잡동사니들 때문에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이 들어설 자리를 놓치고 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결국 중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지 깨닫게 된다.

'정신적 잡동사니'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디지털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방법도 충고해주고 있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정기적으로 정리해주고, 필요 없는 문서를 휴지통에 버리고 스마트폰에서 사용하지 않는 앱을 삭제하거나 폴더를 만들어 정리한다. 우리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며 자신이 '멀티 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겉보기에는 효율적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 반대다. 한 번에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시간을 늘리자.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작업에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것에 돈과 시간을 지출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 방식을 통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서가에 잠자던 읽지 않는 오래된 책들을 많이 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대구독서포럼 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