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어쩌다 아스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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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5   |  발행일 2020-05-15 제39면   |  수정 2020-05-15
축구 천재 소년, 아빠에게 희망 주기 위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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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아스널에 뽑혔어요." 학교 축구팀의 에이스 12세 소년 테오(말룸 파킨)의 말에 아빠 로랑(프랑소아 다미앙)은 뛸 뜻이 기뻐한다. 실직 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는 그는 아들의 축구를 보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인 인물. 아들 테오를 위해서라면 경기 중 거친 항의와 폭력도 불사하는 다혈질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은 늘 그를 경계한다. 테오는 그런 아빠가 측은하다. 하지만 테오의 아스널 유소년팀 입단 소식에 조용하던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들뜬다. 이혼 후 고모님 댁에 몸을 기탁 중인 로랑은 이를 기회 삼아, 테오와 함께 아스널이 있는 영국에 가기 위해 술을 끊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테오는 아스널 유소년팀에 뽑히지 않았다.

'어쩌다 아스널'은 축구 천재 소년의 귀엽고 발칙한 거짓말을 유쾌하게 풀어간다. 또래에 비해 키는 작지만 발 기술이 탁월해 모두가 주목하는 테오지만 정작 아스널의 스카우터로부터는 "너만의 스타일은 있는데 키가 너무 작다"며 "아스널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테오는 자신보다 축구선수로 성공하기를 누구보다 바랐던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아스널에 뽑히진 않았어도 다른 것으로 성공하면 된다"고 생각한 테오는 아빠 로랑을 포함한 마을 사람 모두를 향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아빠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려는 생각에서 시작한 테오의 거짓말은 점차 체계화된다. 컴퓨터 천재인 친구의 도움으로 아스널 계정을 해킹해 아스널 본사 관계자인 척 테오가 속한 학교 축구팀과 수시로 메일을 주고 받는 치밀성을 보인다. 모두가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테오와 아빠는 아스널 입단을 준비하며 전에 없이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한편으로 로랑은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얻기 위해 술을 끊고, 일자리와 살집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빠에게 희망이 되어 주고 싶었던 테오의 거짓말은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는 로랑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을 사람 모두가 테오의 거짓말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어머니 클로에(루디빈 사니에)가 그렇고, 로랑의 사회 복지사 사라(라에티샤 도슈), 학교 축구팀 감독 클로드(앙드레 뒤솔리에), 그리고 테오의 친구들 모두 한 단계씩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축구를 소재로 했지만 다이내믹한 스포츠 경기 장면 대신 가족과 사랑,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시종 가슴 따뜻한 감동과 유쾌함을 전한다.(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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