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탈원전보다 탈중국이 급하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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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8   |  발행일 2020-05-28 제26면   |  수정 2020-05-28
일자리·기후 변화·외세 방호
탈원전 '3대 불가론' 넘어야
4세대 원전 안전 완벽해
중국은 투명성 낮고 위험
과도한 경제의존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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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제시된 탈원전 로드맵이 실행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올해 19.2%에서 2034년 9.9%로 낮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중차대한 국가정책을 그렇게 즉흥적으로 판단하진 않았을 게다. 하지만 여러 변수를 감안했대도 작금의 상황이 탈원전을 밀어붙일 계제는 아니다.

탈원전을 계속하려면 '3대 불가론'을 넘어서야 한다. 첫째, 일자리다. 코로나19로 고용 빙하기를 맞은 지금 일자리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나. 이미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파괴되고 원전 부품업체·협력업체들이 고사상태에 직면했다. 원전 수출도 딜레마에 빠졌다. 양질의 일자리들이 송두리째 날아갈 판이다.

둘째, 기후변화 대응을 거스르는 행위다. 원전 옹호자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면 원자력발전이 가장 이상적인 전기 생산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24시간 공급 가능하며 발전 단가의 비교우위도 강점이다. 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발생 제로다. 원전이 '궁극의 친환경 발전'으로 수식되는 이유다.

셋째, 탈원전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잠재적 핵보유국 역량을 유지하지 못한다. 미·중의 헤게모니 쟁탈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야욕, 스멀거리는 일본 군국주의, 코로나19 이후의 성곽시대 도래는 대외환경 급변과 국제정세의 소용돌이를 예고한다. 우리는 50여 년 원전 기술을 축적한 덕에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내 핵무장이 가능하다. 탈원전 정책은 외세에 대비할 자강(自强)의 방호벽을 스스로 허무는 거나 진배없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4세대 원전은 고압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이 확실하게 담보된다. 원전의 안전은 지속적인 보수·유지와 부품 공급을 통해 확보된다. 탈원전은 이런 메커니즘을 훼손한다. 안전을 위한 탈원전이 되레 안전을 저해하는 역설적 현상이다. 굳이 탈원전을 하겠다면 50년 후쯤으로 미뤄라. 그때면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테니까.

정작 탈원전보다 더 급한 건 탈중국이다. 중국은 '위험지수'가 높은 국가다. 일단 투명성이 미진하다. 자국에 불리한 팩트와 정보를 예사롭게 꿍친다. 예측 불가능하고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진핑 공산당 정부의 통치 언어는 주동작위(主動作爲), 대국굴기(大國굴起)다. 겸양과 배려는 없고 사나움과 몽니가 묻어난다. 코로나19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주장한 호주의 소고기 수입을 틀어막았고,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했다. 우한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막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밸류 체인의 취약성을 노정했다. 한국경제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는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동맹국 위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리도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 탈중국 방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중국 진출 기업의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 의존도도 낮출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30% 가까이를 대중국 교역에 의존한다. 원자력발전 비중은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탈원전과 탈중국,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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