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수저 등 실리콘 재질로...안동경찰서 '실리콘 유치장'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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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5 07:29  |  수정 2020-06-05 07:58  |  발행일 2020-06-05 제7면
전국서 유치인 자해 잇따르자
署, 방지시스템 도입 예방나서
유치장
최근 안동경찰서 내 유치장의 철재 창살이 실리콘으로 마감 처리된 모습. 작은 사진은 안동경찰서가 구입한 실리콘 수저 세트. <안동경찰서 제공>

지난 4월 여성을 연이어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최신종은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볼펜으로 자해하는 소동을 벌였다. 당시 최씨는 편지를 쓰고 싶다며 유치장 관리 직원에게 종이와 볼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볼펜을 삼키려 한 데 이어 유치장 세면대를 들이받는 등 자해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유치인들의 자해소동이 잇따르자 텔레그램 n번방 최초 개설자인 문형욱(대화명 '갓갓')을 수감했던 안동경찰서가 유치장 마감재를 실리콘으로 처리하는 등 유치인 자해방지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다. 3일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서 내 유치장의 화장실 좌변기와 세면기 모서리 부분을 모두 실리콘 처리하고 유치인이 사용하는 수저 세트도 특수제작된 실리콘 수저를 구입해 비치했다. 유치장 철재 창살도 실리콘으로 마감 처리했다.

지난 4월 안동경찰서 유치장에선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감된 유치인이 화장실 벽면 타일 모서리에 머리를 박는 등 순식간에 자해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관리 직원에게 곧바로 제지 당해 더 큰 부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화장실·세면장 등 벽면 모서리 부분을 실리콘 등으로 처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실리콘 수저 세트는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으로 제작된 데다 일정한 힘을 가할 시 구부러지고 강직도가 떨어져 자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유치인은 범죄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으로 심리적 갈등을 빚거나 신변을 비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극도의 불안한 상태에 몰린 유치인은 자해를 시도하기도 한다. 중요 용의자일수록 자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서 안팎에선 유치인의 자해를 예방·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국 경찰서 유치장별로 매년 한두 차례씩 자해 소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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