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봉산문화거리의 상징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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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5 07:40  |  수정 2020-06-05 07:50  |  발행일 2020-06-0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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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향<샘갤러리 대표>

일상의 공간이었던 봉산문화거리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봉산미술제와 도자기 축제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였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료 수집에 나선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 전시에 대한 화랑(갤러리)의 기획의도, 그리고 화랑 정보와 봉산문화거리에 대한 역사를 찾는 것이다. 자료는 학술논문, 보고서와 함께 화랑에서 제공한 정보를 참고한다. 현장감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화랑을 직접 방문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인터넷 보도 자료를 참고하기도 한다.

많은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관리 주체의 중요성'과 '체계적 발전을 위한 제도 부족'이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이러한 문제는 현재 제자리걸음이며, 이로 인해 모호한 정체성이 만들어져오고 있다. 즉 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다.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축제의 참여자뿐만 아니라 주최자도 행사에 대한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 찾아 본 논문에서 봉산문화거리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요소를 묻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이 있었다. 결과는 화랑(갤러리)과 전시회가 55.8%로 상당히 높은, 유의미한 비율이 나왔다. 이는 단순히 외관만을 갖춘 문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거리 안에서 문화가 유지되고 활성화'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대구 중심에 있는 접근성 좋고 오랜 전통을 가진 봉산문화거리의 화랑과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요소들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문화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문화 공간이 가장 필요한 이들은 정책 입안자나 집행자도 아니고 화랑도 아니다. 일상생활공간으로 이 거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민들이다.

봉산문화거리가 뚜렷한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갈수록 활력을 찾아가는 거리로 성장하면 좋겠다. 새로운 공간을 발굴하고 개발하는데 밀려 이미 주어진 소중한 일상의 공간이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나 관련 단체 등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 다듬어가야 한다. 봉산문화거리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문화 특성과 요소에 대한 관심이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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