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침입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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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5   |  발행일 2020-06-05 제39면   |  수정 2020-06-05
25년만에 돌아온 동생…가족 일상에 이상한 변화

침입자

평범하기만 하던 가족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5년 전 잃어버린 동생 유진(송지효)이 나타나면서다.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건축가 서진(김무열)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기다리던 아내의 교통사고 수사 소식 대신, 이제 성인이 된 동생을 찾았다는 전화다. 유전자 검사 결과까지 확인한 부모님은 반색하며 유진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서진은 살갑게 다가오는 동생이 왠지 낯설고 불편하다. 가족들의 일상에 이상한 변화가 생긴 것도 유진이 집에 들어온 후다. 가족처럼 지내던 가사도우미는 말도 없이 사라지고, 동생이 데려온 물리치료사와 가사도우미는 유진 못지않게 의심스럽고 불길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서진은 남몰래 동생의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뺑소니로 아내잃은 서진에게 찾아온 잃어버린 동생
낯설어지는 과정속 불안·두려움…서스펜스로 변화



익숙함이 낯섦으로 바뀔 때 오는 긴장과 당혹감은 강력하다. 그 원인이 가족으로부터 비롯된다면 즉각적인 불안과 공포감으로 증폭된다. 영화 '침입자'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스릴러 문법에 녹여내 가장 친숙한 대상들이 낯설어지는 과정을 장르적으로 풀어낸다. 25년 만에 나타난 동생을 외부인(침입자)으로 규정해, 평온했던 가족의 일상이 그를 통해 낯설어지고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서스펜스의 무대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가장 친밀해야 할 가족이 기대와는 다른 낯선 인물이 되어 돌아온 순간을 동력 삼아, 집 그리고 가족이라는 일상적인 개념을 더욱 비틀고 생경하고 이상하게 바꿔 버린다.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서진은 평소 자신의 부주의로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안고 있다. 사라진 동생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당시의 집을 그대로 구현한 집에 부모님의 거처도 마련했다. 하지만 유진에 대한 서진의 의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간다. 25년 만에 만난 가족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금세 적응하는 모습이 그렇고, 유진이 돌아온 후 가족들이 이상하게 변해간 점도 그가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이유다.

'침입자'는 장르의 관습을 철저히 따른다. 납득하기 어려운 아내의 뺑소니 사건, 최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진,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낯선 이들의 등장 등 장르물에 맛깔스러움을 더할 장치와 소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완성된 극으로서의 유기적인 조합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서사의 빈틈과 작위적인 설정이 초반의 흥미로움을 반감시키며 몰입을 방해한다. 대신,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이 그 공백을 메워준다. 단편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의 연출과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의 소설을 쓴 손원평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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