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입소문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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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2   |  발행일 2020-06-12 제37면   |  수정 2020-06-12
고객에게 대하는 신뢰·정성…맛집 소문나는 강력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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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마케팅의 세계적인 권위자 엠마뉴엘 로젠은 자동차, 컴퓨터, 영화배우, 휴대폰 등 어떤 것이든 버즈(Buzz), 즉 입소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벤앤제리의 공짜 아이스크림 데이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1년에 한 번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짜 아이스크림콘을 한 개씩 준다.

2008년 4월 벤앤제리는 공짜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는 가상 아이스크림콘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몇 시간 내에 페이스북 이용자 50만 명이 공짜 아이스크림콘을 주고받았다. 가상 아이스크림콘은 대단한 입소문을 탔고,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몰려왔다. 이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던 케이티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가상 아이스크림은 50만 개 나눠줬는데 실제로 받으러 온 사람은 약 100만 명이었어요."

펜실베이니아대 마케팅학 교수인 조나 버거는 입소문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50달러 예산으로 만든 유튜브 동영상 덕에 700% 성장을 이룬 믹서 회사 블렌드텍, 뉴욕타임스의 악평으로 매출이 45% 증가한 책 '사나운 사람들', 미의 기준에 대한 논의를 유도해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기록한 도브, 금요일마다 재생 횟수가 급증해 빌보드 핫 100에 선정된 '사상 최악의 노래' '프라이 데이' 등이다.

눈만 뜨면 새로운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폐업률 역시 치솟아 연간 1만여 곳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1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식당은 상황이 다르다. 음식을 먹으려면 번호표까지 받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심리학의 하나인 인지심리학은 자극과 반응 즉 육체가 말하는 인간의 표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지심리학은 생리적이고 물리적인 자극이 사람의 마음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고객들은 귀가 얇다. 친구나 동료가 맛있는 집이라고 얘기하면 무조건 가고 싶어진다. 입소문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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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이 후배와 함께 일본 출장을 간 김에 유명하다고 입소문이 난 일식집에 갔다. 그런데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문득 다른 식당의 음식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그래서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와 식당의 양해를 구하고 소문난 집의 식탁에 놓고 동시에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음식 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인테리어나 식기 색깔까지 거의 비슷했다. 지인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입소문이 난 식당은 다른 식당과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어. 주인이랑 종업원이 참 친절하고 왠지 모르게 싹싹했던 것 같아. 다른 집은 사람들 표정이 왠지 활발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것 같았는데, 그 집은 환하게 웃고 자신감이 있었지."

미각은 종합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감각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신뢰와 정성만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주인이나 종업원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고객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결국 입소문은 식당 주인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것은 사람들이 다른 이에게 음식점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된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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