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재난과 예술가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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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7 08:05  |  수정 2020-07-07 08:10  |  발행일 2020-07-07 제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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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지난 2월 대구미술관에 입사한 지 정확히 2주 만에 미술관 문이 굳게 닫혔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예정된 모든 전시 일정을 조정하고, 그 자리를 발 빠르게 채우는 일이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필자 역시 기대에 부풀어 막 진행을 시작한 해외 유명 작가 전시가 2년 후를 기약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야속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데 예술이 뭐가 필요하냐. 물음표보다 느낌표에 가까운 이 질문을 많은 이들이 던질 것 같다. 전시 하나 못 본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재난 앞에서 가장 먼저 뒷전이 되는 분야가 예술이란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어쨌든 코로나 확산시기와 전시 준비기간이 절묘하게 겹친 가운데 필자도 예술과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금 자문하며 작가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자제, 자가 격리 등의 단어가 뉴스를 도배하고 동시에 소셜 미디어에는 이에 반응하는 갖가지 기발한 이야기들, 가령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같은 유사 제목의 영상물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국산 '달고나 커피'가 코로나19가 만든 지구촌 사람들의 오락거리가 되고, 세계 곳곳에서 '집콕생활'의 비법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문득 가장 가까이 있는 대구 작가들이 궁금했다. 코로나19와 뗄 수 없는 대구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이 재난의 현실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탄생시킬지 궁금했다. 그렇게 출발한 전시가 얼마 전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새로운 연대'다. 짧은 준비기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가들의 집중력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은 마침내 미술관 재개관의 첫 전시로 관람객과 만나 호응을 이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예술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채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현실 깊숙이 파고드는 존재들이다. 재난 속에서 예술가들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듯이 예술가 또한 기록과 관찰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실험하고 시도한다.

전쟁 같은 위기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예술이 왜 필요해. 예술은 필요하다. 왜냐면 전쟁 통에도 사랑이 꽃피고 생명이 싹을 틔우고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길을 찾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에 대한 기록과 창작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울림을 주고 훗날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정민〈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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