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에 대한 고정관념 깨고 거리감 없이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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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3 20:16  |  수정 2020-07-14
[이은경 정치부장이 만난 사람] 배지숙 대구시의회 제8대 전반기 의장
"8대의회 활동 상생협력, 소통과 협치의 의정활동을 가장 내세우고 싶다"
"먹는 물 문제가 전반기 임기 중에 결정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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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배지숙 의원.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여당 의원이 입성하면서 의회에 첫 양당 구도가 만들어졌고, 최초의 여성 의장이 선출됐다.

 


처음인 것이 오히려 이상할 만큼 실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구시의회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이 처음일 뿐 아니라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기대와 걱정을 함께 받으며 배지숙 시의원이 이끄는 제8대 전반기 대구시의회가 출범했다. 


제8대 전반기 시의회는 그간 17번의 회의를 열어 611건의 안건을 처리하고 348건의 조례를 제정했다. 의회 역사상 가장 많은 수치다. 매 회기마다 민생현장을 탐방했으며 통합 신공항 건설 추진과 맑은 물 공급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꾸렸다. '시민 속으로 한 걸음, 소통하는 민생의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배 의원은 지난 30일 제275회 정례회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의장 임기를 마무리 했다. 배 의원은 "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고 지난 2년을 평가했다.

-의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심정은 어떤가
"8대 의회 개원 때의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오직 대구 시민만 생각하는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적극 펼쳐왔다. 특히 대구 경북에서 가장 극심했던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을 시민들과 힘을 합쳐 조기에 차단하고 회복하는데 우리 시의회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었다.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지나간 2년이지만 후회는 없다. "

-첫 여성 의장으로서의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전국 의장협의회 역사상 처음이었다. 여성 의장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호기심이기도 했겠지만 그것 또한 의회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든 중후한 남성'이라는 의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거리감 없이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시민들도 엄마처럼, 동생처럼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덕분에 의회가 시민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원 구성에 있어서도 8대 의회는 좀 다르지 않았나.
"8대 의회는 여당 의원 5명이 입성하면서 처음으로 양당체제로 개원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민들의 관심도 컸다. 기대와 설렘이 있었지만 솔직히 걱정도 됐다. 당끼리 대립하고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봐왔던 터라 내심 염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회 내부에서 갈등을 일으켜 의회가 파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의원들이 특정 당에 소속되어 있지만 지방의원은 엄연히 생활 정치인이다. 정당을 드러내는 것은 선거 때나 할 일이지, 선거가 끝나면 민생을 함께 의논하고 고민해야 한다. 정당색을 드러내고 정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나도 스스로 의장 하는 동안은 어느 당 소속도 아니며 항상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재임 동안 당 차원에서 광화문 집회, 패스트트랙 등으로 장외투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통합당의 의원이지만 시의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갈등과 파행 없이 의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8대 의회 활동을 평가하자면
"상생협력, 소통과 협치의 의정활동을 가장 내세우고 싶다. 8대 의회 의장에 당선되면서부터 끊임없이 강조한 것이 상생과 협치다. 많은 의원들이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긴장 관계를 유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다. 목소리 높은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집행부도 의회도 모두 시민들을 바라보며 시민을 위해 일하는 집단이다. 두 집단이 싸우면 시민들만 불편하고 실망한다. 싸우는 의회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우리의 목적은 함께 열심히 일해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은 일로써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며 예산을 부결시키고,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된다. 집행부는 집행부의 역할, 의회는 의회의 역할이 있다.

-구체적인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
"2018년 대구 중학교 무상급식 합의를 전격적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처음엔 집행부에서 예산 문제로 어렵다고 했으며 교육청도 난색을 표했다. 전국적으로 중학교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구만 예외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먹는 것으로 차별받아서 되겠는가. 의장단 일부에서는 통합당 당론과 반대된다는 지적도 했다.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 흉내 내지 말자고 했다. 그게 무슨 당론이냐. 의회에서 중재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무상급식을 이끌어 냈다. 2019년 고등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우선 고3부터라도 하자,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입만 떼면 예산 타령을 하는데 시민들에게 납득가겠나.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또 상생협력을 위해 경북도의회와 상생협력 MOU를 체결하고 개원이래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대구와 경북 의회가 힘을 합쳐 통합 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의 공동 해결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을텐데.
"시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먹는 물 문제가 전반기 임기 중에 결정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배 의원은 "기분 좋은 홀가분함"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3선 의원으로서 다선 의원답게 후배 의원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했다. "초선 때부터 의정 활동의 첫 번째가 아동 청소년 보호, 두 번째가 자살 예방이었다"는 그는 "다시 그 초심을 기억하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앞으로 그는 더 바빠질 듯 싶다. 즐겁게 행복하게, 그의 의정 활동은 어쩌면 이제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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