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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시장인 영일대북부시장 내부 전경. 〈포항시 제공〉 |
경북 포항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죽도시장뿐 아니라 유서 깊은 전통시장도 적지 않다. 포항시 북구 대신동 영일대북부시장도 그중 한 곳이다.
죽도시장과 마찬가지로 6·25전쟁 이후 포항 형산강 인근에서 난전 형태로 형성된 영일대북부시장은 죽도시장(1971년 11월)보다 6년이나 빠른 1965년 2월 상설시장으로 개설됐다. 당초 '북부시장'으로 개설됐지만 상인들의 요구로 2017년 '영일대북부시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지금은 50대 후반 나이가 된 베이비붐 마지막 세대까지는 아직도 '북부시장'으로 부른다.
◆한때 포항 최대 시장
1949년 포항시 북구 덕수동에 시청사가 들어서면서 인근에 행정기관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주택도 밀집했다. 옛 시청사와는 불과 300여m 떨어져 있고 동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동빈내항이 있어 소형 어선들이 잡은 물고기를 북부시장에 내다팔았다. 주요 공급처였던 셈이다. 인근 주민과 공무원은 물론 포항 전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영일대북부시장은 한때 중심상권을 형성하는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6년 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면서 급격히 쇠퇴한다.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와 신도시 개발도 한몫을 했다. 시장 인근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났고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젊은층 고객들의 발길도 끊어지기 시작했다.
◆포항물회 원조
'포항 하면 물회' '포항물회 하면 영일대북부시장'이다. 포항물회는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이 식사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잡은 생선을 대충 썰어 고추장과 물을 부어 비벼 먹던 선상 음식에서 유래됐다. 전통 포항물회도 생선과 약간의 채소를 고추장에 비빈 후 물을 타는 방식이다. 요즘은 물 대신 맵고 달고 개운한 맛을 내는 육수를 더하기도 한다.
포항 최고(最古) 전통시장인 영일대북부시장은 포항물회를 최초로 상업화시킨 발상지와도 같은 곳이다. 지금도 고추장과 생수만으로 맛을 내는 물회 식당이 20여 곳이나 성업 중이며, 이를 포함해 50여 곳의 횟집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다 꽁치·청어회와 미역 등을 초장과 버무려 먹는 등푸른무침회도 인기를 끌면서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년 이상의 지역민은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횟감을 맛볼 수 있어 영일대북부시장을 애용한다.
◆다양한 볼거리로 성장 진행형
골목과 골목 사이에 형성된 영일대북부시장은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다양하다. 아기자기한 맛은 여전하다. 신선한 횟감과 아귀, 건어물, 유과 등 다양한 특산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돼지국밥·소머리곰탕 전문 식당도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1천400여명이 영일대북부시장을 다녀가며, 연간 매출액도 50억원에 달한다. 영일대해수욕장과도 비교적 가까운 편으로 관광객들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방영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포항시편'에서도 30년이 넘는 베테랑 엄마(상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일대북부시장이 소개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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